맑은 눈의 광인으로 돌아온 김선호, 조심스러운 '귀공자' [현장+]

고개 숙인 배우 김선호/사진=뉴스1

배우 김선호가 '귀공자'로 복귀를 선언했다.

김선호는 22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귀공자' 제작보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 배우, 스태프 노고 끝이 만들어진 '귀공자'가 첫선을 보이는 자리"라며 "저도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선호는 tvN '스타트업'과 '갯마을 차차차'가 연이어 히트하고, KBS 2TV '1박 2일'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귀공자'는 김선호가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김선호는 귀공자 역을 맡아 광기 어린 활약을 예고했다. 김선호는 귀공자에 대해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소개했다.

귀공자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마르코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친구라고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남자다. 이후 마르코 주위를 맴돌며 주변을 초토화하는 무자비한 면모에 마르코는 그가 적인지 친구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마르코의 숨통을 조여올 때쯤 진짜 속내를 드러낸다.

김선호는 "감독님과 처음 얘기한 부분이 '깔끔했으면 좋겠다'였다"며 "달리는 순간, 액션의 순간에도 마무리에는 거울을 보며 채비를 갖추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진지하고, 총을 쏘는 순간에도 웃으며 즐긴다"며 "이 캐릭터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려 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쉽지 않았기에 "이거 왜 이러냐"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면서 "그런 세세한 부분은 영화를 본 후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이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귀공자'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라는 캐릭터 자체가 처음 쓰일 때부터 냉정하고 잔인하지만 엉뚱하고, 본인만의 유머가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였다"며 "여러 얼굴이 있는데, 그에 맞는 인물로 찾았다"고 김선호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사생활 논란과 관련해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그리고 지금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멜로' 특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김선호는 '귀공자'를 촬영하며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고 전하면서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대역 분들이 해주신다 했는데, 자연스럽게 제 뒤에 와이어가 달려있었고, 마르코 역의 (강)태주 배우가 먼저 뛰어서 저도 덜덜 떨면서 찍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함께 연기한 김강우는 "얼굴을 확대해보시면 울고 있다"며 "바지를 확대해 보면 소변이 살짝 지려서"라고 농담을 해 폭소케 했다.

'귀공자'의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은 한국 범죄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연 영화 '신세계'부터 한국 영화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성 캐릭터와 독창적인 액션으로 수많은 팬덤을 양산한 '마녀' 시리즈, 그리고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감성 누아르 '낙원의 밤'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통해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과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훈정 감독은 "저는 대역을 별로 안 좋아 한다"면서 "그래서 배우분들이 거의 직접 다했다"고 소개했다. 198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마르코 역의 신예 강태주를 비롯해 '나쁜 놈' 한이사(김강우 분), 미스터리한 윤주(고아라 분)까지 각 배우들이 서로의 자리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고 전하면서 김선호 외에 다른 배우들의 활약에도 기대를 당부했다.

김강우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역대급 빌런이고, 개인적으로 제가 이제껏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든다"며 "이전의 악역은 법망을 피해 가려 잔머리를 쓰려고 하는데, 얘는 그런 것에 관심도 없고, 좋게 말해 '상남자', 나쁘게 말하면 '나쁜 X'"이라고 소개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고아라는 "이전까지 이런 역을 한 적이 없어서 연기 톤도 많이 달랐다"며 "감독님의 말씀, 디렉팅에 귀 기울였고, 정말 흥미롭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강태주는 "복싱 선수라는 설정이라 선수 스케줄로 운동을 하며 준비했다"면서 "기초 체력을 많이 올린 덕분에 러닝 장면도 어렵지 않게 소화했다.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배우 김선호가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 제작보고회에서 강태주(오른쪽)와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귀공자'는 개봉에 앞서 일찌감치 북미, 대만,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선판매됐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과 배우 김선호의 팬덤이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도 '귀공자'를 선보이는 중인 만큼 유럽 등으로 수입국이 확대될 전망이다. 최종 해외 세일즈 성과와 판매 국가는 추후 공개 예정이다.

한편 '귀공자'는 오는 6월 21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