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변방으로 남기 싫다"…몰도바, EU 가입 찬성 시위에 수만명 결집

대통령 이끄는 親유럽연합 집회
“2030년까지 EU 회원국 될 것”
유럽 의장도 참석해 지지 연설

인구 약260만명 … 우크라 옆나라
러 미사일 쏘면 몰도바 영공 지나가
안보 우려에 ‘EU우산’ 들어가길 원해
몰도바 대통령이 지난 주말에 열린 대규모 친(親)유럽연합(EU) 집회에서 “더이상 유럽의 외곽에 있고 싶지 않다”며 몰도바가 2030년까지 EU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몰도바의 수도 키시너우에는 EU 가입 지지자 수만명이 결집했다.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자신의 나라가 더 이상 이방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중들은 EU 깃발을 흔들고 친유럽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현지 경찰 추산에 따르면 집회에는 약 7만5000명이 참석했다.이어 산두 대통령은 크렘린으로부터 더이상 협박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산두 대통령의 친서방 정부는 러시아가 몰도바 내 친러 야당을 지원해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2월 러시아가 몰도바 내 친러 세력을 부추겨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음모에는 헌법 질서 전복을 목표로 야당 주도 시위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완전히 근거가 없다”며 몰도바 내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인구 약 260만명의 옛 소련 공화국인 몰도바는 지난해 EU 가입을 신청했고 같은해 6월 우크라이나, 조지아와와 함께 후보국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이 불거지면서 EU 가입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특히 몰도바는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로 가는 도중 여러 차례 몰도바 영공을 통과한 것으로 보고돼, 전쟁의 큰 영향을 받았다.또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크다. 러시아는 지난해 몰도바에 가스 공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는 가스와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항의를 촉발시켰고 결국 올해 초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몰도바의 전 총리가 사임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수천명 군중들을 향해 “러시아 위협에 저항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열린 팔과 열린 마음으로 몰도바를 환영할 것이며, 몰도바와 함께하는 유럽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몰도바의 EU 최종 가입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몰도바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개정과 부패 척결 등 민주적 기준을 EU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취약한 경제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퓨 리서치 센터 싱크탱크 분석에 따르면 현재 EU 회원국들은 신청한지 평균 3.5년 후에 후보 자격을 부여받았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신청은 4개월 미만이 걸리며 그보다 훨씬 빠르게 승인됐지만 정식 회원 자격을 얻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