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까지 번진 농촌마을 인력난…일손 배정 놓고 다퉈

전남 해남경찰, 동네 후배 살해한 일꾼 중개인 구속
노동력 부족을 겪는 농촌마을에서 일꾼 알선을 두고 빚어진 감정 다툼이 살인 사건으로 비화했다. 22일 전남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50대 남성 A씨는 이러한 이유로 시작된 말다툼 끝에 동네 후배 B씨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농촌 지역에 외국인 노동자를 중개하는 A씨와 전남 해남군 산이면 들녘에서 벼농사를 짓는 B씨 간 다툼은 지난 14일 우발적으로 발생했다.

이튿날 모내기 작업에 일꾼 2명을 보내달라는 B씨의 요구를 A씨가 거절하면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A씨는 인력 배정 일정이 꽉 찼다는 이유를 댔지만, B씨는 한마을에 사는 후배인 자신을 먼저 챙기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말다툼은 밀고 당기는 몸싸움으로 번졌다.

주변에 있던 이웃들이 말리면서 싸움은 중단됐지만, 두 사람은 감정이 상한 채로 같은 날 저녁 마을 들판에서 다시 만나 주먹다짐을 벌였다. B씨를 때려눕히고 농기구로 살해한 A씨는 시신을 B씨의 화물차 짐칸에 싣고 검은 비닐로 덮었다.

약 4㎞ 떨어진 공터에 B씨의 화물차를 버린 A씨는 사흘 뒤 시신이 발견되자 고속버스를 타고 도망쳤다.

B씨의 사망 직전 행적을 파악한 경찰은 그와 심하게 다투고 마을에서 사라진 A씨를 추격해 지난 19일 대전 모처에서 체포했다. A씨는 "술 한잔 같이 마시고 화해하려 했으나 '불법체류 외국인 알선 행위를 신고한다'는 B씨 말에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범행 동기를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김선호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실정에서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이번 사건을 진단했다. 김 처장은 "일손을 두고 빚어지는 눈치싸움이 과당 경쟁으로 인건비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며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