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도 버틴다"…'하모니 OS'로 돌파구 찾는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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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하모니OS'로 스마트홈·전기차 시장 겨냥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가 '하모니 OS(운영체계)'로 돌파구를 찾는다.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경쟁력이 떨어지자, 자체 개발한 OS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그림이다.
중국 선전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르포
전기차 아이토에 하모니OS 적용
스마트홈 시장에도 뛰어들어
전기차, 스마트홈에도 하모니 OS 적용
18일 방문한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만상천지(万象天地) 구역에 있는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하모니OS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어에선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홈 등 하모니OS가 적용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었다.정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고객을 반기는 제품은 SUV 전기차 ‘아이토(AITO)’였다. 화웨이의 하모니OS가 탑재된 자동차다. 이전에도 화웨이는 중국 내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 자사의 자동차 솔루션을 제공한 적이 있다. 아이토가 특별한 점은 화웨이가 생산에 참여한 첫 번째 전기차라는 점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사이리스와 손잡고 내놓은 브랜드다. 화웨이가 직접 차체를 제조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토의 연구 개발, 판매 등 다양한 부분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아이토 내부에는 하모니OS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돼있고, 이를 통해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하거나,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거나, 차량 내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화웨이는 하모니OS를 활용해 스마트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하모니OS를 활용해 집안의 TV와 냉장고 등 가전은 물론이고 조명, 음향기기 등을 연결해 한꺼번에 통제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토어 2층에는 이런 스마트홈 솔루션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있었다. 실제 가정집의 거실과 부엌, 서재를 똑 닮게 꾸며놓은 공간이다.전시실 문을 열고 거실 공간에 들어가니, 사람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인식돼 조명과 음악이 저절로 켜졌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향해 직접 말을 하거나 리모콘을 조작하면 조명과 음향을 원하는대로 바꿀 수도 있다. 화웨이 직원이 리모콘으로 ‘영상 관람 모드’를 설정하자, 조명 밝기가 낮아지고, TV가 켜지며, 스피커는 입체 음향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식사 모드’로 설정하자 TV는 꺼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주방의 조명이 켜졌다. 화웨이 직원은 “사용자는 본인이 원하는대로 모드를 미리 설정해둘 수 있다”며 “조명과 음향 변화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고 했다. 꼭 화웨이 제품만으로 스마트홈을 구성할 필요도 없다. 화웨이가 제조한 가전제품이 아니어도 하모니OS만 탑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스마트홈 시스템으로 일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지원은 “화웨이 스마트홈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은 2000여개 브랜드의 1만3000여개 제품”이라며 “파나소닉, 하이얼 등 다른 제조사의 제품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美 제재에 궁여지책으로 하모니 OS 내놔
하모니OS는 화웨이가 위기 상황에서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평가된다. 본래 화웨이의 주력사업은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 등이었다. 하지만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지자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부터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모바일 기기용 반도체를 수급할 수 없으니,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도 쓸 수 없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도 사라졌다. 세계 2위까지 올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2021년엔 매출이 2020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위기 상황에서 화웨이가 내놓은 해결책이 하모니OS다.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2021년에 선보인 독자 운영체제다. 다만 하모니OS가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OS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애플의 iOS, 구글 안드로이드 등이 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선전=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