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눈독 들이는데"…롯데서 공들이는 '신동빈의 야심작'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플랫폼 시장의 마지막 영역
"헬스케어 시장을 잡아라"
사진=연합뉴스
롯데헬스케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린다. 건강 관리와 관련한 상품과 서비스를 한데 모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지향점이다. 유통·호텔&리조트·식품·케미컬 등 주요 사업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데다 제대로 된 그룹의 첫 번째 플랫폼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젬은 최근 ‘세라체크’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혈압, 체지방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가정용 건강관리 도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라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이커머스 관점에서 헬스케어 시장 선점하려는 롯데

국내 헬스케어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막 태동 단계다.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롯데, 세라젬, 바디프렌드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휴대폰 제조 및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도 호시탐탐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개인별 건강 정보를 얼마나 많이 모을 수 있느냐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나만의 주치의’라는 컨셉트를 구현할 수 있어야 소비자가 모이고,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셀러(판매상)’들이 집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8월에 ‘캐즐’이라는 브랜드로 헬스케어 전문 이커머스를 선보일 롯데헬스케어는 데이터 수집 도구로 맞춤형 영양제 분배기(디스펜서)를 택했다. 모바일에 캐즐 앱을 깔고 현재 복용 중인 처방약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하고 나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적정량의 영양제를 제공해주는 가정용 기계다.

해외 통계 등에 따르면 전자동 알약 분배기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6년 17.5억 달러(약 2조 2000억원)에서 2020년 25억 달러(약 3조1000억원)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에는 54억 달러(약 6조8000억원)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8% 정도다.

미국에선 처방전에 따른 알약을 제시간에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필립스’라는 자동 분배기가 2012년 나왔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진화한 개인별 맞춤형 알약 분배기가 등장한 건 2020년이다. 그 해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뉴트리코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가해 첫선을 보였다.롯데그룹 관계자는 “미국 등과 달리 비대면 의료의 허용 폭이 매우 좁은 국내 상황에선 유통의 관점에서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룹 내 각 계열사 간 연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롯데가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키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객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

의료용 온열기로 시작해 안마 의자 등 각종 헬스케어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세라젬은 ‘세라체크’를 확대 중이다. 세라젬 관계자는 “평소에 기본적인 건강 지표들을 확인해 세라젬 플랫폼에 보내면 이를 통해 맞춤형 영양제를 의사가 처방해주고, 서울의 주요 대형 병원에 진료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갖춰 놨다”고 말했다.
안마의자 전문 기업인 바디프렌드도 지난해 7월 홈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집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각종 생체 정보를 바디프랜드에 보내면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헬스케어 플랫폼 비즈니스는 휴대폰 제조사, 통신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만 해도 휴대폰 갤럭시의 ‘헬스’에 개인별 운동 기록 등을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