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바이오디젤로 매출 1兆…IPO 간다

강소기업

단석산업의 '역발상 경영'

두 차례 대형 화재 겪으며 위기
친환경 신사업 전환 계기로 삼아
바이오디젤 수출 점유율 70%
"이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전북 군산에 있는 단석산업 재생연 공장에서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납을 생산하는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단석산업 제공
“돈은 투자할 때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지난 12일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단석산업 군산1공장. 2000㎡ 규모의 부지 위에 우람하게 모습을 드러낸 리튬이온배터리 리사이클링 플랜트 앞에서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연간 8000t의 폐축전지를 재활용하고 5000t의 활물질(블랙 매스·배터리를 구성하는 각종 금속을 포함한 물질)을 회수하는 이 시설의 착공식은 단석산업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단석산업 임직원을 비롯해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임준 군산시장 등이 참석한 행사를 마친 뒤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한승욱 회장(사진)은 “1983년 매출이 30억원이었는데 40년 만인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며 “기업인은 돈을 두고 투자 외에 딴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단석산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337억원, 영업이익 73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모태는 1965년 함경도 출신 고(故) 한주일 회장이 설립한 노벨화학공업사다. 2세 경영인인 한 회장은 1983년 사원으로 입사해 2012년 대표에 올랐다.

한 회장은 40년 경영 중 위기의 순간으로는 2008년과 2016년 발생한 대형 화재를 꼽았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화재가 결속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신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한 회장은 위기 때마다 사업을 확장하는 ‘역발상 경영’을 펼쳤다. 사업 중심축을 폴리염화비닐(PVC) 안정제에서 바이오에너지·재생연 분야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4년 부사장에 취임한 한 회장은 바이오디젤에 주목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밀어붙인 바이오에너지는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신의 한수’가 됐다. 지금은 총매출의 90%가 바이오에너지·재생연에서, 10%가 PVC 안정제에서 나온다.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부상한 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를 침전시켜 물과 찌꺼기를 제거한 뒤 메탄올과 수산화나트륨을 섞어 생긴 부산물을 추출해 만든다.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80% 이상 적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바이오디젤의 한 종류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한국 정부도 바이오디젤을 도입하기로 했다.

단석산업은 식당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거하는 폐식용유는 연간 14만t에 이르고, 생산하는 바이오디젤 양은 34만kL로 국내 최대다. 기아 카니발 차량 485만 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생산된 바이오디젤 대부분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셸 등 해외 정유사에 판매되고 국내 4대 정유사에도 납품된다. 단석산업은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 바이오디젤 수출 점유율 71%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그는 “자금을 조달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군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