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관식 발언으로 인종차별 공격받은 호주 원주민 앵커 사퇴

영국 왕 찰스 3세의 대관식 때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을 한 호주 원주민 출신 유명 앵커가 인종차별적 공격에 시달리다 자리에서 물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ABC방송은 앵커 스탠 그랜트가 이날 방송을 끝으로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 무기한 휴식을 취할 것이라며 그랜트가 인종차별 공격을 당한 데 대해 사과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위라주리 원주민 출신인 그랜트는 약 40년간 언론인으로 일했으며 호주 ABC방송에서는 주간 시사 프로그램인 '큐앤에이'(Q+A)의 진행자를 맡아 왔다.
그랜트는 지난 6일 열린 찰스 3세의 대관식 중계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해설하던 도중 식민 지배가 원주민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언급했고, 이로 인해 인종차별적 공격을 대거 받았다.

그는 방송에서 1820년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영국 개척자들이 위라주리 원주민의 땅을 빼앗은 일을 언급하며 "왕관은 침략과 토지 침탈, 그리고 우리의 경우에는 학살 전쟁을 상징한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으로 영국 왕실 지지층 등으로부터 인종차별 공격을 받자 그랜트는 지난 19일 칼럼을 통해 ABC방송이 자신을 인종차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거나 대변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제도적 실패"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관식 중계에서 한 발언에 대해 "군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중계방송에 게스트로 초청했던 ABC의 그 누구도 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한 적 없고, 나에 대한 거짓말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ABC 경영진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랜트가 사퇴하자 호주 ABC방송의 데이비드 앤더슨 상무이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인종 차별주의가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회사가 이들을 어떻게 더 잘 지원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랜트는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호주 ABC에서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다고 방송국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