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출구조사, 집권당 1위…과반 의석에는 못 미칠 듯

신민당 36∼40%…'1당 50석 보너스' 규정 사라져 단독 정부 구성 어려워
연정 구성 실패하면 7월초 2차 총선
21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하 신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민당은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해 연정 구성을 통해 재집권을 추진하게 됐다.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6개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이날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은 36∼40%를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당수인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25∼29%의 득표율로 뒤를 이었다. 그리스는 전현직 총리가 격돌한 이번 총선을 통해 4년간 의회를 이끌어갈 300명의 의원을 새롭게 선출한다.

신민당은 출구조사 결과 득표율 1위를 차지했지만, 단독 정부 구성은 어렵게 됐다.

그리스는 1990년 이후 최다 득표한 정당에 50석을 '보너스'로 몰아주는 제도를 유지해왔다. 지금까진 득표율이 저조해도 1위를 차지하면 비교적 쉽게 과반을 확보해 집권할 수 있었다.

신민당이 2019년 총선에서 39.85%를 득표하고도 과반인 158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제도 덕택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이 제도가 폐지됐다. 여론조사업체들은 한 정당이 단독 집권하려면 최소 득표율 45%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민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에 두 자릿수 격차의 지지율로 앞서며 총선 낙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그리스 중부에서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열차 정면충돌 사고가 이 같은 판세를 뒤흔들었다.

정부와 철도 회사가 노후한 철도 시스템을 방치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분노가 확산하면서 신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한 달가량 연기했지만 신민당은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해 연정을 통해 재집권을 노리게 됐다.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대로 나와 신민당이 1당을 차지하고,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신민당에는 사흘간의 연정 구성 시한이 부여된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단독 집권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민당이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2위 정당에 다시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 시한이 부여된다.

개표 결과 2위는 시리자가 될 것이 유력하다.

이런 방식으로 3위 정당에까지 연정 구성 시한이 부여된다. 만약 연정 구성이 불발될 경우 그리스는 7월 초 2차 총선을 치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