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ㆍ정유미, 10년만에 세번째 호흡…"탁탁 뭐든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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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초청작 '잠'서 몽유병과 싸우는 신혼부부 연기로 호평
정유미 "제대로 미쳤구나 싶은 캐릭터…막 가자고 생각" "유미와는 홍상수 감독님 작품만 3편을 같이 했어요. 또 기회가 오면 같이 하자고 약속했었죠. 10년도 더 된 얘기네요.
"
유재선 감독의 '잠'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이선균은 21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선균과 정유미는 홍 감독의 '첩첩산중'(2009)을 시작으로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에서 호흡을 맞췄다. 꼭 10년이 지나 이들은 '잠'에서 신혼부부를 연기했다.
이선균은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유미랑 호흡을 또 맞춰보고 싶었다"며 "이미 신뢰가 있었기에 서로 알아갈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우리가 신혼부부로 나온다는 거였어요. 하하.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했더니 유미가 '오빠 저도 늙어가요.
걱정하지 마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래 늦게 장가를 간 설정으로 하자'라고 생각했죠."
먼저 캐스팅을 수락한 정유미 역시 이선균이 남편 역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살았다. 다행이다"라며 안심했다고 한다.
"이선균씨는 경험도 많고 작품도 다양하게 해봤잖아요.
현장에서 이선균씨를 보면, 탁탁 뭐든 다 알아요.
솔직히 그런 사람이랑 연기하면 진짜 편하거든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잡아가는 재미도 있고요.
" 두 사람은 '잠'에서 몽유병에 시달리는 남편 현수와 그를 예전 모습으로 돌리려는 아내 수진을 각각 소화했다.
신인인 유 감독의 첫 장편 영화지만, 이선균과 정유미 모두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마음을 사로잡혔다고 했다.
정유미는 "시나리오가 한 번에 술술 읽혔다"며 "이런 시나리오를 쓴 감독은 과연 연출을 어떻게 할지, 촬영 현장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는 내내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강행군을 이어가면서도 연출에 있어서는 "단 한 번도 감독님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선균은 "제일 편안하고 치유가 되는 집에서 공포가 시작된다는 점이 재밌었다"면서 "일상적인 공간에서 만들어진, 꾸밈없는 장르 영화라 생각했다"고 시나리오를 읽던 때를 회상했다.
'잠'은 현수와 수진의 관계성에서 공포가 빚어진다.
이선균과 정유미의 호연은 긴장감에 힘을 더한다.
이선균은 "저는 잠만 잤다"고 자신을 낮췄으나 영화에서 소고기와 생선을 날것으로 씹어 먹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정유미 역시 남편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점차 광기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소리를 지르는 연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진이 빠졌다"면서 "촬영이 끝날 때마다 차에 타자마자 바로 뻗었다"며 웃었다.
"촬영장에 어떤 소품이 있는데, 그게 너무 많은 거예요.
감독님께 이거 좀 줄여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냥 놔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제야 '수진이는 제대로 미쳤구나.
막 나가도 되겠다'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 정유미와 이선균이 칸의 무대에 함께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두 사람 모두 '칸의 단골'이다.
정유미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다른나라에서(2012년), '부산행'(2016)에 이어 '잠'으로 네 번째 칸의 초청장을 받았다.
그는 개인적인 만족감보다는 "유 감독님이 첫 영화로 칸에 오게 돼 내가 기쁘다"고 했다.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2014), '기생충'(2019)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번에는 '잠'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2개 작품이 동시에 초청받아 처음으로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아이들을 데리고 칸에 왔다. 그는 "처음 왔을 때보다 떨림이나 설렘은 없지만, 그때는 없었던 여유를 느끼게 됐다"면서 "칸의 선택을 받은 만큼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안도감도 든다"고 미소 지었다.
/연합뉴스
정유미 "제대로 미쳤구나 싶은 캐릭터…막 가자고 생각" "유미와는 홍상수 감독님 작품만 3편을 같이 했어요. 또 기회가 오면 같이 하자고 약속했었죠. 10년도 더 된 얘기네요.
"
유재선 감독의 '잠'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이선균은 21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선균과 정유미는 홍 감독의 '첩첩산중'(2009)을 시작으로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에서 호흡을 맞췄다. 꼭 10년이 지나 이들은 '잠'에서 신혼부부를 연기했다.
이선균은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유미랑 호흡을 또 맞춰보고 싶었다"며 "이미 신뢰가 있었기에 서로 알아갈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우리가 신혼부부로 나온다는 거였어요. 하하.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했더니 유미가 '오빠 저도 늙어가요.
걱정하지 마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래 늦게 장가를 간 설정으로 하자'라고 생각했죠."
먼저 캐스팅을 수락한 정유미 역시 이선균이 남편 역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살았다. 다행이다"라며 안심했다고 한다.
"이선균씨는 경험도 많고 작품도 다양하게 해봤잖아요.
현장에서 이선균씨를 보면, 탁탁 뭐든 다 알아요.
솔직히 그런 사람이랑 연기하면 진짜 편하거든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잡아가는 재미도 있고요.
" 두 사람은 '잠'에서 몽유병에 시달리는 남편 현수와 그를 예전 모습으로 돌리려는 아내 수진을 각각 소화했다.
신인인 유 감독의 첫 장편 영화지만, 이선균과 정유미 모두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마음을 사로잡혔다고 했다.
정유미는 "시나리오가 한 번에 술술 읽혔다"며 "이런 시나리오를 쓴 감독은 과연 연출을 어떻게 할지, 촬영 현장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는 내내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강행군을 이어가면서도 연출에 있어서는 "단 한 번도 감독님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선균은 "제일 편안하고 치유가 되는 집에서 공포가 시작된다는 점이 재밌었다"면서 "일상적인 공간에서 만들어진, 꾸밈없는 장르 영화라 생각했다"고 시나리오를 읽던 때를 회상했다.
'잠'은 현수와 수진의 관계성에서 공포가 빚어진다.
이선균과 정유미의 호연은 긴장감에 힘을 더한다.
이선균은 "저는 잠만 잤다"고 자신을 낮췄으나 영화에서 소고기와 생선을 날것으로 씹어 먹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정유미 역시 남편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점차 광기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소리를 지르는 연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진이 빠졌다"면서 "촬영이 끝날 때마다 차에 타자마자 바로 뻗었다"며 웃었다.
"촬영장에 어떤 소품이 있는데, 그게 너무 많은 거예요.
감독님께 이거 좀 줄여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냥 놔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제야 '수진이는 제대로 미쳤구나.
막 나가도 되겠다'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 정유미와 이선균이 칸의 무대에 함께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두 사람 모두 '칸의 단골'이다.
정유미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다른나라에서(2012년), '부산행'(2016)에 이어 '잠'으로 네 번째 칸의 초청장을 받았다.
그는 개인적인 만족감보다는 "유 감독님이 첫 영화로 칸에 오게 돼 내가 기쁘다"고 했다.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2014), '기생충'(2019)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번에는 '잠'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2개 작품이 동시에 초청받아 처음으로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아이들을 데리고 칸에 왔다. 그는 "처음 왔을 때보다 떨림이나 설렘은 없지만, 그때는 없었던 여유를 느끼게 됐다"면서 "칸의 선택을 받은 만큼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안도감도 든다"고 미소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