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3년 핸드백 회사도 못 버텼다…줄도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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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파산 또 사상 최대핸드백 브랜드 '앤클라인'으로 알려진 성창인터패션이 지난달 21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결정을 받았다. 1990년 핸드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출발한 이 업체는 한때 여성복 사업에 진출하는 등 토종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 꼽혔다. 코로나 사태로 수출길이 막힌 탓에 2020년 법정관리에 돌입하고도 7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하는 저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지속되는 자금난으로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결국 2년여만에 청산절차를 밟았다.
회생절차 졸업 '성창인터패션' 결국 파산
4월 법인파산신청 134건, 전년比 67%↑
파산·회생 '데드크로스'도 3개월만 재현
대출상환유예 9월 종료 "도산 더 늘 것"
23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14개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13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121건)에 이어 2개월 연속 2013년 통계작성 시작 이래 월간 기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년 동기(80건)에 비해선 67.5% 증가한 수준이다.지난달 법인파산 신청은 3개월 만에 다시 회생 신청을 앞질렀다. 올해 1월 법인파산 신청은 105건, 회생단독과 회생합의를 합한 법인회생 신청은 84건으로 파산이 회생보다 많았다. 2월 들어선 법인파산 100건, 법인회생 118건으로 다시 회생 신청이 많아졌고, 3월에는 법인파산·회생 모두 121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4월 들어 법인회생이 113건으로 전월보다 줄면서 또다시 파산이 회생을 추월했다.
자금난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은 통상 채무를 조정해 회사를 살리는 회생절차를 먼저 고려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체력이 많이 소진된 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경영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청산을 택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실제로 법인회생은 2019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온 반면 법인파산은 코로나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법인파산 신청은 955건, 법인회생은 1191건으로 회생 신청이 더 많았다. 지난해엔 법인파산 1004건, 법인회생 1047건으로 그 차이가 43건으로 좁혀졌다. 업계에서는 회생 신청 이후 회생폐지 절차를 거쳐 최종 파산에 이르는 법인의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파산하는 기업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회생·파산의 데드크로스(연간 기준)가 올해 사상 처음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올해 하반기에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것도 업계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5월부터 대출 특별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해왔다. 만기 연장의 경우 2025년 9월까지 자율협약을 통해 연장이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9월을 끝으로 지원이 종료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만기 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37조6000억원에 달한다.
5대 은행의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328%로 전달 대비 0.034%포인트, 1년 새 0.118%포인트 증가했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각종 코로나 정책자금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작은 기업들이 본격적인 대출 상환 압박을 받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사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