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는 없다...'흑인 인어공주'에만 있는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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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판 '인어공주' 관전 포인트 3가지
① 멀미날 정도로 실감나는 영상미
② '레전드 작곡가'가 만든 새 OST
③ 왕자를 구하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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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말해도 십중팔구는 무슨 영화인지 단번에 알아챈다. 1989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얘기다. 어른들에게는 가슴 뭉클한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상상을 안겨주는 빨간 머리 인어공주 '에리얼'이 24일 실사판으로 돌아온다. 메가폰은 인기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만든 롭 마샬이, 음악감독은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원작의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알란 멘켄이 맡았다.
화려한 라인업에도 영화는 제작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인 에리얼 역을 맡아서다. 원작 에리얼의 흰 피부는 어두운 갈색으로, 풍성한 생머리는 레게머리가 됐다. 디즈니 팬들 사이에선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때문에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흑인 인어'라는 한 단어로만 설명하기엔 아깝다. 이 영화엔 에리얼의 외모 말고도 원작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많다. 실사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① 멀미날 정도로 실감나는 영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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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을 통해 보면 4D가 아닌데도 멀미가 날 만큼 현실적이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인어들의 움직임도 어색하지 않다.'드라이 포 웨트'(Dry-for-wet)라는 촬영 기법 덕분이다. 블루스크린 앞에서 배우들을 와이어에 매단 채 찍는 기법이다. 이렇게 하면 물 속에서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공중에 떠 있으면서 촬영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주인공인 베일리는 고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을 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② '레전드 작곡가'가 만든 새 OST
'파트 오브 유어 월드', '언더 더 씨' 등 인어공주의 대표곡을 작곡한 멘켄이 직접 참여했다. 이들 곡은 원작의 명곡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돋운다.
③ 왕자를 구하는 공주
하지만 실사판에선 에리얼이 직접 배 운전대를 잡고 왕자를 구한다. '가만히 앉아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공주'의 모습은 영화에선 더 이상 볼 수 없다.
호평만 있는 건 아니다. 외신들은 "플라운더, 세바스찬 등 에리얼의 귀여운 조력자들이 징그러워졌다"고 지적했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통통하고 앙증맞은 비주얼이 실사화되면서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원작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살리려고 했던 탓인지, 여섯 언니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초반과 끝부분, 그리고 에리얼을 찾는 장면 뿐이다. 새로운 콘셉트를 얼마나 잘 살릴지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만한 대목이다.원작이 존재하는 실사화 영화가 늘 그렇듯, 인어공주는 호평과 혹평을 함께 안고 문을 열었다. 1989년 개봉한 인어공주가 슬럼프에 빠져있던 디즈니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것처럼, 새로운 인어공주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디즈니에게 '제3의 전성기'를 안겨줄 수 있을까. 결과는 관객에게 달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