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도 전에 답안지 파쇄한 인력공단…수험생 609명 '황당'

지난해 세무사·행정사 시험서도 부실 관리 논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4월 23일 실시한 '2023년 정기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서 시험 종료 후 걷은 답안지가 착오로 파쇄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단은 피해를 본 수험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 비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23일 발표한 사과문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서울 연서중학교에서 시행된 정기 기사 1회 실기시험에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수험자 609명이 응시했다. 시험종료 후 필답형 답안지가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지만, 이후 인수·인계과정에서 포대가 누락돼 공단 채점센터로 인계되지 않고 파쇄된 것이다.공단은 응시자 609명 전원에게 내달 1일부터 4일 사이에 추가시험 기회를 부여하고, 당초 예정된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6월 9일)에 시험 결과를 함께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기기사 실기시험의 전국 응시자 숫자는 19만6000명이다.

어수봉 이사장은 "시험 응시자 609명이 받은 피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조치하겠다"며 "저를 비롯해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단의 이런 황당 실수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단은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서도 부실 채점·출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들이 면제 받는 특정 과목에서 '과락률'이 지나치게 높아, 국세행정 경력자 출신이 합격자의 20% 넘게 차지하는 등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전 3년간 합격자 비율은 평균 2.8%에 불과했다.

해당 의혹을 밝히는 과정에서 채점위원들이 같은 답안에 대해 다른 점수를 부여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 결과 공단은 기관경고까지 받았고, 이후 ‘국가기술자격 공정성 제고를 위한 혁신대책’ 등을 마련해 쇄신책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개선된 것은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무사 수험생들은 현재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치러진 제10회 행정사 시험에서도 공무원 출신들이 면제 받는 '행정사 실무법' 과목에서 유례 없는 과락률(70.35%)을 기록하면서 수험생들이 대거 탈락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세무사 시험의 논란을 되풀이 했다. 또 같은해 치러진 127회 소방기술사 시험에서도 1교시에 2교시 시험지를 나눠줘 '문제 유출' 시비가 벌어지는 등 관리 부실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