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세력과의 전쟁' 나선 금융당국…"계좌 동결하고 과징금 부과"

금융당국 수장·남부지검장 집결
"주가폭락사태 비상대응 가동"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 참석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에 대한 동결 조치 도입에 나선다. 불공정거래를 한 사람에겐 10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 길도 막는 안을 추진한다.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형벌이 확정되기까지 수년간 기다리는 대신 즉각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검찰 등과는 협업 체계를 대폭 강화해 주가조작 비상 대응에 돌입한다.

23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KRX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융위는 금감원, 거래소, 검찰(남부지검) 등과 함께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말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자본시장 감독·감시 주체가 모두 모여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대응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현행 불공정거래 제재의 적시성과 실효성 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심리부터 금감원 등의 조사를 거쳐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장기간(평균 2~3년)이 걸리다보니 판결 전까지는 위법행위자가 자본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얘기다. 불법이익 환수도 미흡하다. 주가조작은 기소율과 처벌 수위도 낮은 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3단계 안을 들었다. △과징금 도입 △불공정 행위시 자본시장 거래 제한 △주가조작 혐의계좌에 대한 동결조치 도입 등이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에 과징금을 도입할 수 있도록 입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주가조작 등을 하는 주요 이유가 경제적 이익 추구인만큼 금전적 제재를 써야 불공정 거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김 위원장은 “부당이득의 두 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불법 이익을 박탈할 수 있다”며 “몇 년 형기만 버티고 여유롭게 생활하겠다는 한탕주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미공개정보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해선 형사처벌만 적용된다. 금전적 제재를 활용하는 미국, 영국, 일본 등과는 딴판이다. 2020년부터 부당이득금액의 최대 두 배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입법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등 입법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당이득액 기준 법제화도 추진한다. 현행 규정엔 기준이 따로 없다. 누가 얼마나 부당이득을 취했는지를 정확히 따질 수 없다보니 처벌도 쉽지 않은 구조다. 유죄가 확정돼도 형량은 집행유예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자본시장 거래 등을 제한하는 조치도 강조했다. 형벌 확정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실상 시장 제도권에서 퇴출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위가 해당 행위자에 대해 최장 10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등의 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내용이 연내 입법되면 주가 조작 시도를 억제하고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가 조작 혐의 계좌에 대한 동결 조치 도입에도 나선다. 연내 입법 발의를 하는 게 목표다. 혐의 계좌를 즉시 동결하면 향후에 범죄 수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하고, 추가 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3단계 조치를 모두 갖춘다면 증권 범죄자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가할 수 있다”며 “이같은 장치로 범죄 시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을 비롯한 유관 기관간 공조도 확대한다. 기존엔 분기별로 열었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를 다음주부터 월 2~3회 비상회의체로 전환한다. 금융위를 비롯해 금감원, 거래소, 남부지검 등이 참석하는 회의체다. 김 위원장은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조사에 참여하고, 양 기관 조사부서를 연결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차액결제거래(CFD)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CFD 거래시 실제 투자자 유형을 표기하고, 전문투자자 등록 방식을 기존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전문투자자에게도 장외파생상품 거래시엔 추가 요건을 적용한다. 사실상 신용융자와 실질이 동일한 CFD 레버리지를 규제 안에 넣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CFD 거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며 “이달 중 개선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