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 우승한 룰러, '캘린더 그랜드슬램' 노린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입력
수정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롤) 국제 대회인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 지난 21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주인공은 중국리그 LPL의 1번 시드 징동 게이밍(JDG)이었다. 징동은 비리비리 게이밍(BLG)을 세트스코어 3 대 1로 제압하며 창단 첫 국제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징동은 지난 2023 LPL 스프링 시즌 우승에 이어 MSI까지 제패하며 올해 최고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이 기세로 LPL 서머 시즌과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 롤 역사상 유례없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윤성영 징동 게이밍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제일 잘한다”라며 “이대로 하면 그랜드슬램도 가능하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이란 해당 연도에 열리는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메이저 대회인 각 지역리그 스프링, 서머 시즌과 MSI 그리고 롤드컵 우승을 모두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달성한 팀도, 선수도 전무하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기록은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의 T1이 세웠다. T1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2015 LCK 서머와 2015 롤드컵, 2016 스프링과 2016 MSI를 우승했다.룰러(박재혁)는 올해 LPL로 이적하자마자 스프링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MSI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7년 롤드컵 우승과 2022년 LCK 서머 우승을 포함해 주요 메이저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룰러 외에 이를 달성한 선수로는 페이커, 벵기, 데프트 등이 있다.징동 선수들은 MSI 우승 후 인터뷰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대한 야망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2019년부터 활약하며 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정글러 카나비(서진혁)는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서 LPL 서머와 롤드컵도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이적하자마자 팀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 룰러 역시 “아직은 세계 최고 원딜이라 할 수 없겠지만, 올해는 우리가 주인공일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LCK 입장에서 징동의 ‘그랜드슬램’은 반드시 막아야 할 과제다. 올해 롤드컵이 다름 아닌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롤드컵은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징동의 목표가 달성되면 LCK의 본진에서 롤드컵 우승컵을 중국에 뺏기게 되는 셈이다. LCK는 2018년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이미 한국팀이 모두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낸 적이 있어 더욱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