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배임죄를 피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3가지[전용원 변호사의 친절한 기업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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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경DB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은 권한이 막강한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무겁습니다. 이 중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배임죄로 대표되는 형사적 책임일 것입니다. 현행 규정상 회사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금전적으로 배상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배임죄로 처벌합니다. 이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선 지금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경영과 관련해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어떤 경우에 배임죄가 될까요? 형법의 배임죄 조항을 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 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범죄입니다. 다시 말하면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임무가 있는 경영진’이 그 임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회사 아닌 누군가가 이익을 취득’하도록 했다면 이는 범죄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영진의 배임죄와 관련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경영자 입장에서 배임죄를 조심하기 위해 의사결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M&A를 통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인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수 직후 피인수 회사의 실적 악화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때 손해 발생이라는 결과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결과만으로 배임죄가 성립되진 않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얼마나 검토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자료=한경DB
예를 들어 △인수를 위해서 충분히 실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의사결정 과정에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같은 전문적인 기관의 자문을 받았는지 △이사회에서 M&A 실행 여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을 위한 자료들을 검토했는지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만일 필요한 절차들을 신중하게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판결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최근 법원은 배임죄 성립을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의 판결입니다. A는 B군의 군수이자, 군수가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 C법인의 이사장으로 C법인의 재산을 잘 관리할 임무가 있었습니다.기존에 C법인은 20억원 상당의 정기예금을 지역 금융기관 X에 예치하고 있었는데, 이사장인 A가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지하고 또 다른 지역 금융기관 Y에 예치하도록 지시합니다. C법인은 이 중도해지로 이자 손해가 약 2500만원 발생했습니다. A가 정기예금을 중도해지 한 이유는 Y의 이자율이 훨씬 높다든가 하는 합리적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금융기관 X의 임직원들이 군수인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2심까지는 배임 유죄 판결이 내렸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A의 정기예금 중도해지로 C법인의 ‘재산상 손해’는 발생했지만, C법인 이외 누군가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은 아니므로 배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습니다.
법인이 아닌 누군가, 이 사건의 경우 A 또는 지역 금융기관 Y가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20억원의 자금을 예치했으니 Y에 이익이 발생한 것”이라고 본 반면, 대법원은 단순 예치만으로 Y에 재산상 이익이 발생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사례에서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범죄의 성립은 법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해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경영진의 손해배상책임과 배임죄 인정 여부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와 같이 합리적 이유 없는 정기예금 중도해지와 같은 사례가 발생해, 회사가 의사결정을 한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면 금전적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전용원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
넷마블 법무팀장(2018~2019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2008~2018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Master of Laws (LL.M., 법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은 권한이 막강한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무겁습니다. 이 중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배임죄로 대표되는 형사적 책임일 것입니다. 현행 규정상 회사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금전적으로 배상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배임죄로 처벌합니다. 이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선 지금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경영과 관련해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어떤 경우에 배임죄가 될까요? 형법의 배임죄 조항을 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 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범죄입니다. 다시 말하면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임무가 있는 경영진’이 그 임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회사 아닌 누군가가 이익을 취득’하도록 했다면 이는 범죄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영진의 배임죄와 관련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경영자 입장에서 배임죄를 조심하기 위해 의사결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M&A를 통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인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수 직후 피인수 회사의 실적 악화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때 손해 발생이라는 결과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결과만으로 배임죄가 성립되진 않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얼마나 검토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자료=한경DB
예를 들어 △인수를 위해서 충분히 실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의사결정 과정에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같은 전문적인 기관의 자문을 받았는지 △이사회에서 M&A 실행 여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을 위한 자료들을 검토했는지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만일 필요한 절차들을 신중하게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판결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최근 법원은 배임죄 성립을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의 판결입니다. A는 B군의 군수이자, 군수가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 C법인의 이사장으로 C법인의 재산을 잘 관리할 임무가 있었습니다.기존에 C법인은 20억원 상당의 정기예금을 지역 금융기관 X에 예치하고 있었는데, 이사장인 A가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지하고 또 다른 지역 금융기관 Y에 예치하도록 지시합니다. C법인은 이 중도해지로 이자 손해가 약 2500만원 발생했습니다. A가 정기예금을 중도해지 한 이유는 Y의 이자율이 훨씬 높다든가 하는 합리적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금융기관 X의 임직원들이 군수인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2심까지는 배임 유죄 판결이 내렸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A의 정기예금 중도해지로 C법인의 ‘재산상 손해’는 발생했지만, C법인 이외 누군가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은 아니므로 배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습니다.
법인이 아닌 누군가, 이 사건의 경우 A 또는 지역 금융기관 Y가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20억원의 자금을 예치했으니 Y에 이익이 발생한 것”이라고 본 반면, 대법원은 단순 예치만으로 Y에 재산상 이익이 발생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사례에서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범죄의 성립은 법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해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경영진의 손해배상책임과 배임죄 인정 여부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와 같이 합리적 이유 없는 정기예금 중도해지와 같은 사례가 발생해, 회사가 의사결정을 한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면 금전적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전용원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
넷마블 법무팀장(2018~2019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2008~2018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Master of Laws (LL.M., 법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