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DNA' 발라 미술품 위조 원천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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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물리적 복제 방지(PUF) 기술 개발삼성이 올해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23' 시리즈 화면은 지문 인식 창이 디스플레이에 있다. 이런 기술을 물리적 복제 방지(PUF) 기술이라고 한다.
PUF는 역함수가 없는 단방향 함수를 이용해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한 보안 패턴을 만들어 낸다. 미술품 등의 위조를 막을 수도 있어 요새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손가락 지문의 불규칙성, 얼룩말 무늬 등이 천연 PUF의 일종이다.KAIST는 화학과 윤동기 교수와 박건형 박사과정 연구원 등이 연어 DNA를 이용해 미술 작품에 '바를 수 있는' PUF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어에서 추출한 DNA를 물에 녹여 붓으로 바르면 '좌굴 불안정성'이 발생하면서 얼룩말의 무늬와 같은 무수한 무작위 패턴이 나타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좌굴 불안정성은 가느다란 구조물이 갑자기 힘을 받아 크게 변형되거나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좌굴 불안정성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무작위 패턴엔 지문의 특징인 '능선 끝'과 '분기점'이 생긴다. 연구팀은 이 패턴을 편광 광학현미경을 통해 확인하고, 디지털 비트(bit)인 0 또는 1로 환산해 정의했다. 이른바 '디지털 보안 잉크'를 제작한 것이다.그리고 이 잉크를 골고루 바른 붓으로 기판을 쓸어 봤다. 실험 결과 해당 기판에서 가로·세로 100㎛(마이크로 미터) 정도 크기 공간에 10의 150제곱 개에 달하는 정보량(비트)이 담겨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1㎟ 크기로 확대했을 때 정보량을 환산하면 무려 10의 2만8000제곱비트에 달한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는 어떤 기술로도 도저히 복제할 수 없는 정보량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연성 소재가 자기조립(Self-assembly)할 때 나타나는 무작위성을 활용해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보안 패턴을 제작한 것"이라며 "양자컴퓨터에도 뚫리지 않는 보안 기술 개발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