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급한 재정준칙법, 언제까지 '운동권 퍼주기'에 볼모 잡혀야 하나

나랏빚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 도입 법안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한 지 31개월이 넘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시민단체 지원을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 처리와 연계하는 바람에 5월 임시국회에서도 헛바퀴만 돌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이틀간 소위원회를 열었으나 민주당이 1호 안건인 사경법 통과를 주장하면서 국가재정법은 논의 시작조차 못 했다. 나라 재정을 볼모로 자기편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국가재정법과 사경법은 취지, 내용이 완전히 달라 연계할 명분도 없다. 국가재정법은 연간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국가채무가 지난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데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이 급감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54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시가 급한 법안이다. 기재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재정준칙을 도입한 유럽 국가들을 시찰한다는 명분으로 출장까지 다녀와 놓고 재정법 논의는 가장 뒤로 미뤄버렸다.

사경법은 연간 73조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구매액의 최대 10%를 사회적기업 등에서 의무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발의돼 온 이 법은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자유시장경제 근간을 해친다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 중소기업 역차별과 좀비 기업 양산 등 우려도 크지만,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사회적 약자 지원을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진작부터 ‘운동권 지대(地代)추구법’이라는 비판이 나온 터다. 이런 포퓰리즘 법안을 혈세 낭비를 막자는 재정준칙과 연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민주당은 더 이상 내 편 챙기기를 위해 나라 살림을 볼모로 잡는 행태를 그만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