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별미 병어철 돌아왔는데…마리당 5만원 군침만 흘린다

"비싸 못 사 먹는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판매점·횟집 '썰렁'
초여름 별미 중 별미로 식도락가를 애타게 하는 병어철이 돌아왔지만, 마리당 5만원이 넘는 병어를 먹기가 쉽지 않아 군침만 흘리고 있다. 병어철은 5월 중순 이후 6월 초까지로, 이 시기 전남 신안 해역에서 잡히는 병어는 미네랄이 풍부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신안 바다 빠른 물살에서 자란 만큼 몸집이 크고 운동량이 많아 살이 꽉 차오르고 탱글탱글하며 비린내도 적다.

병어를 바로 썰어 초장에 찍어 먹거나 집된장, 풋고추, 마늘을 넣어 깻잎에 싸 입에 넣으면 환상적인 맛을 선사한다. 햇감자, 고사리 등을 넣고 조림으로 요리해도 일품이다.

세포 산화를 막아 폐를 보호하고 노화 주범인 과산화 지질의 형성을 억제하는 비타민E 성분도 많다.

인기가 많은 만큼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올해는 어획량 부족으로 값이 크게 올라 소비자는 물론 식당가도 모두 울상이다. 지난 23일 병어 최대 위판장인 신안군수협 지도판매장에서는 병어 200상자(상자당 20∼30마리)가 위판됐다.

위판 최고 가격은 30마리 들이 한 상자에 78만원. 이달 초 올해 들어 최고였던 110만원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비싸다.

병어 어획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가격이 워낙 비싸 판매장과 횟집들은 손님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평년 같으면 병어철 관광차 등이 밀려 들어와 상자째 사가고 식당도 불야성을 이뤘지만, 옛말이 됐다.
판매 가격은 상자당 80만원이 넘고 마리당 5만원까지 하다 보니 지갑을 여는 사람이 없고, 기껏 한 두 마리 사 갈 뿐 온종일 1상자를 팔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곳에서 20년째 수산물을 팔았다는 김모씨는 "병어가 워낙 비싸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장사를 못하는 날도 있다"며 "비싸게 병어를 사 와도 가격만 물어볼 뿐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숨지었다.

다른 판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병어 대신 가격이 싼 소라 등 다른 수산물을 사 갈 뿐 병어는 '그림의 떡' 신세다.

병어철 북적였던 한 횟집도 썰렁했다.

주인 조모(56)씨는 "점심시간에는 적어도 테이블 20개 정도는 차야 하지만 고작 두 테이블 손님을 받았다"면서 "병어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지갑을 여는 손님은 없다"고 말했다. 신안수협 관계자는 24일 "병어가 생각만큼 잡히지 않으면서 가격이 내려갈 줄 모른다"며 "경기가 좋지 않고 병어 값이 워낙 비싸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