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대동제 축제 취소' 前·現 총학회장의 커넥션 의혹 논란···일부 학생들 경찰에 진정서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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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국제캠퍼스 전 총학생회장, 축제 대행 업체 취업 의혹 논란...5월 22일부터 3일간 예정된 경희대 국제캠 봄 축제 취소

축제 준비 위한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의 특정 업체 ‘내정’ 의혹

대화를 살펴보면 외국어대학 학생회장이 “P업체 견적서는 왜 공유되지 않는가? 3월부터 요구했으며, P업체로 내정이 됐는데 왜 공유 안됐는가? 중운위에서 무대 견적서를 다 같이 비교하자 했다. 왜 P업체만 내역서가 없는가?”라고 묻자, 총학생회장은 “기존에 진행하던 업체라서 믿음이 갔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업체가 있었다”면서 “업체에게 견적을 잘 맞추라고 말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공개입찰 전 사전 미팅에서 총학이 다른 업체를 쳐냈냐는 질문에 총학생회장은 그런 적 없으며, 입찰을 할지 말지 고민은 했지만 결국 진행하려했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러자 외국어대학 학생회장은 “미팅 현장에 내가 있었다. 대놓고 돌려 말했다”며 총학생회장이 “내정된 곳이 있고,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 말했다고 전했다. 총학생회장의 발언이 업체 간 공정한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운위의 주장이다.
P업체는 앞서 지난해에도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축제를 맡은 업체였다. 당시 입찰을 진행하지 않아 총학생회에 대한 교내 징계처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5월 9일 진행된 첫 입찰이 유찰됐고, 5월 19일 공개입찰 재공고는 축제취소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철회됐다. P업체 견적서의 경우 5월 1일 회의 당일까지 중앙운영위원회에 공유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 내부적으로도 공유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임 회장이 행사대행 용역업체에 취직해 교내 축제 행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본인이 총학생회장을 역임할 당시에도 P업체와 경희대 국제캠퍼스 축제를 진행했고, P업체의 블로그에는 올해 벚꽃 개화기간에 교내에서 진행된 행사의 사진이 걸려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 총학생회장에 따르면 봄 행사 때 P업체가 참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수원남부경찰서에 진정서를 넣은 상태다.
제55대 중앙운영위원회 8개 단과대학 학생대표단은 공동 성명문에 축제 업체 선정 과정에서 총학생회장단의 불통과 중운위 기만, 업무태만 등을 이유로 탄핵안 발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한다고 알렸다. 중운위는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총학생회칙 6장 중앙운영위원회 55조(업무 및 권한)에 따라 학우들의 투표로 직접 선출된 학생대표로서 학우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며, 본회의 핵심 사업이나 사안에 대해서 검토, 조정을 할 권한을 지닌다. 탄핵 발의안은 지난 17일 개최된 긴급 중운위 회의에서 ▲찬성 10표 ▲반대 1표 ▲기권 0표로 가결됐으며, 총학생회칙 제 70조에 따라 학생 총투표로 위임돼 의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내정’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선정’의 의미가 아니었지만 잘못 표현했다며 사과했다. 견적서 공유에 대해서는 “입찰 과정에서 P업체가 학교 측에 공식적인 견적서를 제출할 테니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절차와 과정을 안일하게 판단한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임 학생회장과의 유착 관계에 대해선 근무 사실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A씨가 본인에게 거짓말을 했으며, 전임자와 후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답했다.
축제 취소된 경희대, 학생자치의 주요한 사례 될까?
C씨도 “축제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진행되는 것이고, 그 돈을 운용하는 총학생회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돈을 사용할 의무가 있다”며 “업체 간의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모두 포기하면서 P업체와 편하게 일하려는 학생회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L씨는 “예리한 지적과 끊임없는 추궁으로 총학생회의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게 해준 중앙운영위원회에 감사하고, 그간 자치 기구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자치가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걸 느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D씨도 “입학하고 즐기는 첫 축제였는데, 중앙운영위원 11명이 1만 명에 달하는 국제캠퍼스 학생들의 축제를 취소한 만큼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운위는 1학기에 배정돼 있던 축제 예산 1억 5천만 원을 2학기 축제로 이월하자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O씨는 “학교 측 입장대로라면 수억 원의 돈을 집행하는 데 있어 구조상 대부분의 권한이 총학생회에 위임돼 있는 것”이라며 “시스템 개선할 필요가 있고 앞으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보 공개 수위를 많이 높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축제를 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에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당위론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견이 오가는 과정에서 마찰도 많았지만, 그만큼 학내민주주의에 대한 열기 또한 뜨겁다는 반증으로도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의 학생자치와 학내민주주의에 대한 주요한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그 결말이 주목된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신지민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