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야당, 정부 비판 광고에 AI가 만든 모델 사용 '논란'

당대표 "AI 사용 안 했다" 주장했으나 '거짓 해명' 들통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뉴질랜드 야당이 정부를 비난하는 광고 선전물을 내보내면서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낸 가짜 모델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에 따르면 야당인 국민당은 최근 정부를 비난하는 몇 가지 광고 선전물을 내놨다.

간호사 복장을 한 폴리네시아계 남녀 두 명이 활짝 웃고 있고 아래는 '더 많은 신규 간호사와 조산사를 제공하기 위한 공감대와 인센티브'라는 문구를 넣은 이미지였다.

국민당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이미지를 올리고는 "간호사와 조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또 4명의 복면을 쓴 범죄자가 상점에 침투하는 이미지, 한 여성이 창밖을 내다보는 이미지와 함께 '뉴질랜드는 노동당 집권하에선 안전하지 않다'라는 문구를 넣은 광고물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뒤 "우리는 법과 질서를 회복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이미지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AI로 만들어낸 가짜 모델들이었다.

사람들은 처음 이 광고들을 보며 어딘가 어색하다고 생각했고 AI로 만든 이미지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크리스토퍼 럭슨 국민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AI로 만든 이미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당 대변인은 "광고의 일부는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라고 시인한 뒤 "이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당의 광고에 AI가 만들어낸 모델을 사용하면서 이를 표시하지 않고 실제 인물처럼 속인 것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광고가 올라온 SNS 글에는 "그래서 국민당은 출연료를 아끼려고 AI 모델을 쓰느냐"는 글이 달렸고, 한 시민은 "가짜 사진, 가짜 정치인, 가짜 정당"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범죄율이 올라간 것에 관심을 가져야지 AI 광고라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이상하다"며 국민당을 옹호하는 글도 있었다.

이 같은 일은 뉴질랜드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하자 공화당은 그가 재선될 경우 미국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며 AI가 만든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후 이베트 클라크 하원의원은 정치 광고에서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공개해야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