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野 '무제한 파업法' 강행…與 "헌재 심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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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단독 '본회의 직회부'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건 2015년이다. 이 법안을 이제서야 강행 처리한 것은 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원 코인 보유 논란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 카드로 노란봉투법을 꺼냈다는 분석이다. 오는 7월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민주노총 등 범야권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법안 처리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사용자 범위 넓혀 분쟁 폭증 우려
단체협약 사안도 파업 대상 포함
민주당, 돈봉투·코인 의혹 덮고
노동계 총파업 전 '勢 결집' 의도
"대통령 거부권 또다시 유도할 듯"
○“사실상 무제한 파업법”
24일 야당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근로자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하자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노란색 봉투에 담아 전달한 데서 명칭이 유래됐다.개정안은 크게 두 줄기다. ‘사용자 및 노동쟁의 개념 등 확대’(2조)와 ‘노조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제한’(3조)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2조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에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누가 사용자인지 모호해져 법률 분쟁이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한 것도 논란거리다. 지금까지는 임금협상, 해고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이익분쟁을 두고서만 파업이 가능했다. 앞으론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이행 등 법적으로 책임을 가려야 할 권리분쟁 사안도 파업 대상에 포함된다. 경제계는 “구조조정과 합병 등 경영상 판단에 관한 부분도 노사 간 이견이 커 파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3조는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되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면책 범위를 넓힌 것이 골자다.
○민주당 속내는?
정치권에선 이번 강행 처리에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온갖 사법 리스크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만큼 범야권 지지층 결집과 ‘여론 돌리기’ 목적으로 강행 처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 폭주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게이트’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노린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다른 쟁점 법안과 시간 차를 두고 본회의에서 처리해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부담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향후 여야 대치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야당 직회부 강행→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흐름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양곡관리법 개정안(4월 4일), 간호법 제정안(5월 16일)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가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견해차가 워낙 커 수용이 불가능한 법”이라며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 법적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