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수원 폐수처리장, 미술관으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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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변하며 10년간 방치경기 수원시 고색동 산업로85 주민과 델타플렉스 근로자들은 예술인들이 전시하는 사진과 그림, 설치미술 등 다양한 전시를 만끽하며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혐오시설이던 폐수처리장이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2017년 11월 복합전시공간인 ‘고색뉴지엄’으로 개관했기 때문이다.
2015년 문화재생사업 선정돼
전시관·어린이집으로 리모델링
재즈·연극 등 年 20여개 행사
수원시가 산업단지 인근에 방치된 폐수처리장을 리모델링해 수준 높은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주목받고 있다. 수원델타플렉스 산업단지에 있는 폐수처리장은 2005년 준공돼 하루 1380t의 폐수를 처리하는 시설이었다. 하지만 제조기업 위주인 산업단지가 2000년대부터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기술집약적 첨단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폐수처리장의 용도가 다했다. 10년간 산업단지 내 ‘천덕꾸러기’로 방치됐다.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수원시는 기능을 잃고 방치된 폐수처리장에 국비와 시비 등 39억5000만원을 투입해 이곳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고색뉴지엄 관계자는 “살아있는 공간으로의 재탄생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연면적 1810㎡,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고색뉴지엄은 현재 두 개의 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하 1층은 전시장과 체험 및 아카이브 공간이고, 지상 1층은 정원 49명의 시립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다. 2층은 교육체험실, 3층은 뉴지엄 작품 저장 및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고색뉴지엄 측은 지난해까지 대부분 공간을 무료 대관하거나 시간당 1만원 정도의 저렴한 대관료만 받았는데 올해 7월부터는 대관료를 유료화해 운영 비용을 일부 충당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색뉴지엄은 특화된 공간으로서 산업단지 인근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열린 기획전 ‘Re-Bone(리본)’에는 500명이 방문했다. 재즈, 클래식, 국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 문화행사도 매년 20여 개 개최해 주민과 근로자들의 문화 향유를 지원하고 있다.폐수처리장에서 생활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고색지엄은 다양한 국내외 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2018년 영국 ‘그린월드 어워즈’ 수상작으로 선정된 뒤 교육기관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시흥시 공무원들의 ‘유휴공간 활용’, 인천교육청 공보실의 ‘학교공간 혁신’ 등은 고색뉴지엄의 영향을 받은 사업이라고 수원시는 소개했다. 학교 재생 투어 코스로 운영돼 전국 각지의 학교 관계자도 잇달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는 올해 개관 8년째를 맞이한 고색뉴지엄의 노후 시설 개선 등을 통한 문화 재생 공간 활성화로 지역민과 산업단지 근로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계획이다. 김기배 시 문화청년체육국장은 “고색뉴지엄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는 수원 폐수처리장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로서 다양한 문화사업을 통해 산업단지와 지역 경계를 허물고 재생공간의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재생사업지는 전국에 22곳(2021년 기준)이 있으며, 경기지역에는 고색뉴지엄과 경기도가 운영하는 상상캠퍼스 등 두 곳이 있다. 델타플렉스 산업단지에는 950여 개 기업의 1만7000여 명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