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 피해 4번째 사망자…우편함엔 체납 고지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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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한 직장 다닌 성실한 직원…"사기 피해로 힘들어해" "몇주 전에 봤을 때 허탈한 표정으로 복도에 앉아있었는데…."
24일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에서 만난 40대 박모씨는 이웃 주민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듣고 잠시 허공만 바라봤다. 박씨 앞집에 살던 40대 남성 A씨는 이날 오전 10시 16분께 미추홀구 길가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B(61)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였다.
박씨는 평소 A씨와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였는데 최근에는 마주칠 때마다 안색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한 번은 A씨가 오후 9∼10시 사이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본 적 있다"며 "집 안쪽에는 쓰레기가 쌓여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일 전쯤 승강기에서 내리는 걸 봤을 때도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작업복을 입고 있어 직장 일이 힘든 줄로만 알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소방시설관리업체 1곳에서 20년 가까이 재직한 성실한 직원으로 알려졌다. 그의 직장 동료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가 요즘 들어 전세사기 문제와 업무 스트레스로 부쩍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파트 공용 우편함에는 A씨 앞으로 발송된 각종 체납 고지서가 꽂혀 있어 그가 겪었을 경제적 어려움을 짐작게 했다.
A씨는 올해 3∼5월 수도 요금 1만3천400원을 비롯해 자동차세와 지방교육세 7만4천550원 등을 체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6개월간 369만원 상당의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않아 관리비 미납 가구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었다.
관리실 측은 승강기에 공지문을 붙여 관리비 장기 연체 가구를 대상으로 불시에 단전·단수를 시행한다고 경고한 상태였다. 인천시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6월 보증금 6천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었으나 2017년 2월 근저당이 설정된 이곳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다.
A씨는 경매로 아파트가 낙찰될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 외 나머지 3천500만원은 받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는 인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아 법률 상담을 받으면서 경매에 따른 구제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관할 구청인 미추홀구는 A씨가 살던 아파트가 2개 동 총 140세대 규모이며 이 중 80%에 해당하는 113세대가 전세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A씨 자필 유서를 토대로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 주변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와 함께 그을린 복권 용지가 발견됐다.
인천에서는 앞서 지난 2월 28일, 4월 12·14일에도 건축업자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같은 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금 20%가량의 최우선변제금을 선(先) 보전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근본적인 구제책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최우선변제금을 못 받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현재 기준의 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최대 2억4천만원의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24일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에서 만난 40대 박모씨는 이웃 주민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듣고 잠시 허공만 바라봤다. 박씨 앞집에 살던 40대 남성 A씨는 이날 오전 10시 16분께 미추홀구 길가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B(61)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였다.
박씨는 평소 A씨와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였는데 최근에는 마주칠 때마다 안색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한 번은 A씨가 오후 9∼10시 사이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본 적 있다"며 "집 안쪽에는 쓰레기가 쌓여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일 전쯤 승강기에서 내리는 걸 봤을 때도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작업복을 입고 있어 직장 일이 힘든 줄로만 알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소방시설관리업체 1곳에서 20년 가까이 재직한 성실한 직원으로 알려졌다. 그의 직장 동료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가 요즘 들어 전세사기 문제와 업무 스트레스로 부쩍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파트 공용 우편함에는 A씨 앞으로 발송된 각종 체납 고지서가 꽂혀 있어 그가 겪었을 경제적 어려움을 짐작게 했다.
A씨는 올해 3∼5월 수도 요금 1만3천400원을 비롯해 자동차세와 지방교육세 7만4천550원 등을 체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6개월간 369만원 상당의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않아 관리비 미납 가구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었다.
관리실 측은 승강기에 공지문을 붙여 관리비 장기 연체 가구를 대상으로 불시에 단전·단수를 시행한다고 경고한 상태였다. 인천시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6월 보증금 6천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었으나 2017년 2월 근저당이 설정된 이곳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다.
A씨는 경매로 아파트가 낙찰될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 외 나머지 3천500만원은 받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는 인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아 법률 상담을 받으면서 경매에 따른 구제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관할 구청인 미추홀구는 A씨가 살던 아파트가 2개 동 총 140세대 규모이며 이 중 80%에 해당하는 113세대가 전세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A씨 자필 유서를 토대로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 주변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와 함께 그을린 복권 용지가 발견됐다.
인천에서는 앞서 지난 2월 28일, 4월 12·14일에도 건축업자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같은 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금 20%가량의 최우선변제금을 선(先) 보전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근본적인 구제책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최우선변제금을 못 받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현재 기준의 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최대 2억4천만원의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