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가 우리 학교 과잠을 입을 줄은…" 대학가 '들썩'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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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 찾으러 왔어요"
4년만의 대동제에 학생들 '활짝'
암표거래·폭행 사고도 잇따라
연세대 '과잠'을 입고 무대에 올라 학생들의 큰 환호를 받은 아이브. /사진=아이브 공식 페이스북 캡처
초여름 날씨의 선선한 5월. 요즘 대학생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대학 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대동제(대학교 축제)'다. 지난 11일 정부가 3년 4개월 만에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한 가운데, 5월을 맞아 대학가 곳곳에서는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러 온 셈이죠. 드라마에서 보던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누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졸업을 앞뒀는데 새내기가 된 것처럼 신나요"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입학해 처음이자 마지막 대동제를 즐기게 됐다는 세종대 학생 이모 씨(24)는 "졸업하기 전에 꼭 대학 생활의 꽃인 축제 시즌을 즐기고 싶었다"며 "직장인이 되면 분명히 이 순간이 그리워질 것 같아서 고등학교 동창들이 다니는 학교 대동제도 싹 돌고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돌도 보고 술도 마시고…외부 학생들까지 '북적'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세종대학교 대동제 '해피세종데이'에서 학생들이 공연관람을 위해 학교 밖까지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교에서는 오랜 팬데믹 기간 자유를 방출하지 못했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대동제 '원정'과 '오픈런' 대열에 합류한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코로나19가 확산할 시점이었던 2020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한을 이제 풀 때가 왔다"고 입을 모았다.대동제 기간을 맞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대동제 전용 패션(OOTD)', '축제 방문 가수 라인업', '학교별 축제 시간' 등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본인의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 축제에도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 또한 많다. "서울 대학가 축제 원정 멤버 구한다", "ㅇㅇ학교 주점 오픈런하러 갈 멤버 모집한다" 등 빠른 자리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상당수의 대학이 4년 만의 '대규모 대동제'를 맞아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인기 높은 아이돌을 섭외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 20일 연세대 응원단 주최 축제 '아카라카'에서 무대를 올린 아이브와 꽉 찬 관객석의 모습. /사진=아이브 공식 페이스북 캡처
지난 20일 열린 연세대 응원단 주최 축제 '아카라카'는 K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라인업이 입소문이 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아이브, 르세라핌, 에스파 등 인기 걸그룹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 특히 아이브는 연세대의 상징인 '과잠(학과 전용 점퍼)'을 입고 무대에 올라 학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이날 아카라카를 즐기고 왔다는 연세대 졸업생 김모 씨(26)는 "제일 좋아하는 아이돌인 아이브가 우리 학교 과잠을 입을 줄은 몰랐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라며 "(코로나19로) 몇년간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게 맞나'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아서 축제를 즐기러 온 건데,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아이브는 연세대뿐 아니라 성균관대 축제에도 과잠을 입고 등장, 대학 축제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성균관대는 아이브를 비롯해 김완선과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으로 구성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까지 무대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지난 23일 축제 첫날을 맞은 동국대의 주점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사진=독자 제공
대동제 기간에 대학 곳곳에 마련된 주점도 축제에 활기를 더했다. 지난 23일 대동제가 개막한 동국대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부인으로 가득 찬 탓에, 주점 오픈 시간에 맞춰 대기하지 않으면 술 한잔 기울이기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일부 대학 주점에서는 준비된 물량이 동나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한 덕분에 대학가 상권에 입점한 편의점 사장님들도 덩달아 웃었다. 대학가에 입점한 GS25 점포에선 이달 양주와 페트병 소주·맥주의 매출이 각각 173%, 91%, 85%로 뛰었고, 대학가 인근의 CU 점포들에선 이달 1~21일 소주 매출이 68.6%, 맥주와 양주 매출이 각각 35.9%, 38.2%씩 올랐을 정도다.

티켓 암표 거래에 폭행 사고까지…안전사고 우려도

축제 무대를 즐기는 학생들로 빼곡해진 연세대 노천극장의 모습. /사진=연세대 공식 페이스북 캡처
대동제 열기에 따라 학교 내 공연 관람을 위한 티켓 거래도 과열되고 있다. 연세대 '아카라카'의 경우 티켓의 정가는 1만7000원으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용 9000장, 개인용 2200장이 판매됐다. 적지 않은 수량이지만 학과 정원의 20%도 되지 않는 '한정 수량'인 탓에, 암표 거래도 횡횡했다.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와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는 암표가 25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기존가격의 10배가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것. 암표 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으나, 학교 측은 "해당 축제는 학교 내 응원단에서 진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개인 간 표 거래를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몇몇 학생들은 술에 취해 소란을 일으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12일 대구 서부경찰서는 한 대학교의 축제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발길질하는 등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는 20대 대학생 A 씨를 입건했다. A 씨는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전문가들은 안전하게 대동제를 즐기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과 학교 차원의 사고 예방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이달 말 축제가 예정된 일부 대학에서는 안전사고가 없는 준비에 힘 쏟는 분위기다. 전북대에서는 대동제 기간을 맞아 경찰과 함께 안전사고 예방 및 계도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소방서에서도 학교 내 응급 차량 배치와 안전사고에 대비한 부스를 설치하는 등 대학과 긴밀히 공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