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본질은 무엇인가…동·서양 두 작가가 찾은 답 '모호함'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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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갤러리 샤이비츠·박영하 개인전
포토샵-시각예술 관계 풀어낸
샤이비츠 '기묘한 그림'들 전시
캔버스에 안료를 쌓다 멈춰
편안한 색·질감의 박영하 작품도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샤이비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회화 21점과 조형 작품 2점을 한국에서 감상할 기회다. 샤이비츠의 한국 개인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전시 제목이자 입구에 걸린 전시 대표작의 이름은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 전시를 위해 방한한 샤이비츠는 “포토샵으로 편집된 최초의 사진 제목”이라며 “포토샵이라는 존재가 시각예술의 판도를 바꿨다는 의미를 함축했다”고 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1990년 포토샵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사진에 찍혀 있는 것이라면 뭐든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포토샵이 나오고 누구나 사진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반면 재미나 즐거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편집도 보편화됐다. 사진이 구상화뿐 아니라 추상화의 영역까지 본격적으로 침범한 것이다. 샤이비츠가 “컴퓨터와 포토샵이 발명된 이 시대의 회화는 추상이나 재현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