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사 다시 신경전…인상폭·적용범위 등 이견(종합)

노동계 "대폭 인상 근거 충분" vs 경영계 "자영업자도 어렵다"
내달 8일 3차 회의,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공개수준은 현행유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두 번째 전원회의에서도 노동계와 경영계 간 대립이 이어졌다. 최저임금위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한 제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릴 근거가 충분하고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영계는 '인건비 총액'과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기·가스 등 물가지수가 작년 동기보다 30.5% 상승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면서 "서민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 공공요금이 급격히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공공요금) 증가 폭이 소득이 낮은 하위 분위에서 더 컸다는 점"이라면서 "서민경제 파산을 막기 위한 해결책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 3명 중 2명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1천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응답했다"라며 "국세청 자료로 확인되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만 788만명이다. 3명 중 1명은 최저임금제도 밖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공공요금 인상, 물가 인상, 금리 인상으로 근로자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 1명을 채용하면 한 달에 최소 248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라며 "시급 기준 최저임금의 적정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인건비 총액 측면에서 기업 수용성과 지급 능력을 고려한 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법인파산신청 건수가 늘어나고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줄어든 점을 지적하면서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업종별로 34%포인트 격차를 보이는 비정상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업종별 구분도 시행돼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 18일 최저임금위 생계비 전문위원회에서 논의된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에 대한 한국통계학회의 보고서를 두고도 신경전이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비혼 단신근로자 2천562명을 조사한 결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는 241만1천320원으로 전년(220만5천432원)보다 9.3% 늘었다.

류 전무는 "(보고서가) 월 소득이 700만∼800만원에 달하는 고임금 계층까지 포함해 산출된 자료"라며 "최저임금 자료로 활용하지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류 사무총장은 "작년 최저임금을 5.05% 인상했는데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인상률 9.34%보다 낮아 실질임금이 약 4.3% 감소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위 심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입장도 전달됐다.

박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전면 공개하라는 요구와 함께 최저임금 결정 근거가 뭔지, 내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심의 과정을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는 회의 결과 지금처럼 각계 위원 모두발언까지만 공개하기로 했다.

또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는 시급으로 하되 월급(월 209시간 노동 기준)을 병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제3차 전원회의는 다음 달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최저임금을 사업별로 구분해 적용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이에 앞서 내달 5일에는 임금실태 분석 결과를 심사하는 임금수준 전문위원회가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