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성공] 민간기업 300곳 기술 결정체…민간우주 시대 '성큼'

KAI 체계 총조립·한화에어로 엔진 제작·HD현대重 발사대 건립
한화에어로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첫 참여…민간주도 우주 개발 가속
산업팀 =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국내 민간기업의 최첨단 기술도 한몫을 했다.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등 모든 과정이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된 누리호 개발에는 국내 민간 기업 300여곳이 참여했다.

이번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등의 기술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또 발사 성공을 계기로 민간 주도 우주산업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KAI, 300여개 기업 납품한 제품 조립 총괄…1단 추진체 제작도
이날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누리호 제작에는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2010년 3월 시작된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민관 협력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간기업들은 누리호 프로젝트 주관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긴밀히 협력하며 엔진과 발사대 제작, 체계 조립 등의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KAI는 국내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하는 체계 총조립 임무를 맡았다.

KAI 발사체계팀 임감록 팀장은 "수많은 구성품을 오차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밀하게 조립했다"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는 마음으로 세밀한 공정 관리와 빈틈없는 품질 관리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KAI는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로 구성된 1단 추진체 제작도 맡았다.이 밖에도 4기의 엔진을 연결해 하나로 묶는 일체화 작업 '클러스터링 조립'도 KAI가 수행했다.

발사에서 초기 비행을 책임지는 누리호 1단에는 75t급 액체 로켓 엔진 4개가 달려 있는데, 이를 묶어 하나의 300t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클러스터링은 매우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 한화에어로, 체계종합기업으로 첫 참여…엔진도 제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에 체계종합기업 자격으로 처음 참여했다.

그동안 제작에만 참여하다 이번 발사에서는 발사 준비, 발사 임무 통제 등 발사 운용에 함께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하는 임무를 맡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지난해 10월 선정됐다.

이를 통해 항우연이 보유한 누리호 체계종합 기술 및 발사 운용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전수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총 4차례 누리호를 발사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향후 위성 제작과 발사 서비스, 위성 서비스, 더 나아가 우주 탐사, 우주 자원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성해 우주산업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고 있다.

누리호에는 1단에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 75t급 1기, 3단에 7t급 1기까지 총 6개 엔진이 탑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엔진을 조립·납품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엔진 부품인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함께 엔진 전체의 조립까지 담당하고 있다.

특히 누리호의 75t급 엔진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우주발사체 엔진으로, 영하 180도의 극저온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천300도의 초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 HD현대중공업, 발사대 건설…현대로템은 엔진 추진 시험설비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3차 발사에서 발사대 시스템 전반을 총괄하는 운용지원 업무를 맡았다.

누리호 발사대 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독자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앞서 2013년 나로호(KSLV-Ⅰ) 발사대를 구축했던 경험이 토대가 됐다.

나로호는 총길이 33.5m에 140t 규모의 2단 발사체였지만, 누리호는 총길이 47.2m에 200t 규모의 3단 발사체로 크기가 더 커졌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제2 발사대 건립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기반 시설 공사부터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 발사대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대 발사관제설비(EGSE) 등 발사대시스템 전반을 독자기술로 설계·제작·설치했다.

발사대 시스템 공정기술 국산화율을 100%로 끌어올려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HD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구축을 담당했다.

이 설비는 발사체가 발사되는 모든 과정에서 추진계통의 성능과 연소성능을 시험하는 장비다.현대로템은 설비 개발을 위해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협력사들과 함께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