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브랜드는 감각 있는 사람과 자본가가 만날 때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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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용 매거진B 발행인,디자인학회서 강연]"좋은 브랜드는 감각있는 사람과 의식있는 자본가가 만날 때 태어납니다."
영원히 좋은 브랜드는 없다, 한 사람의 감각이 필요하다 등
12년간 잡지 발행 하면서 느낀 통찰력 10가지 밝혀
지난 12일 '2023 한국디자인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강연을 한 조수용 매거진B 발행인(전 카카오 공동대표)은 수많은 좋은 브랜드의 탄생을 보면서 얻은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조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매거진B 12년 동안 배운 것들'이란 주제로 디자인학회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조 대표는 강연에 앞서 네이버에 입사하게 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디자인이 좋아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큰 조직안에서 수동적인 디자인 역할의 한계를 넘고 싶어 네이버에서 마케팅, 기획까지 맡아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네이버에서 디자인,마케팅 총괄 본부장까지 오르기도 했다. 2010년 네이버를 나온 조 대표는 매거진B를 창업했다. 그는 "디자인 고민의 끝은 브랜드이고 한번 보고 버리는 것이 아닌 소유하고 보관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매거진B는 매달 하나의 브랜드를 집중 해부하는 월간지다. 지금까지 광고없이 책으로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조 대표는 "12년전에 발간한 잡지가 지금도 팔릴 정도"라며 매거진B의 위력을 설명했다. 매거진B는 지난달까지 모두 93권을 발간했다.
조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그동안 잡지를 만들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10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얻은 첫번째 통찰력이 '좋은 브랜드는 없다(there is no good brand)'였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고 좋은 브랜드라 알려진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좋은 브랜드 이전에 왜 우리회사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그는 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한사람의 감각이다(A person initiates)'라고 했다. 그는 "모든 브랜드는 감각을 가진 한사람에서 시작하는데, 감각이란 그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과 세상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균형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좋은 브랜드는 감각있는 사람이 시작을 하지만 결국 돈을 가진 자본이 결국 만든다"며 "오너의 그릇을 가진 의식있는 자본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만든 브랜드가 없어졌을 때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없어지면 슬프다: Sad if it’s gone)"며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이밖에 의식있는 소수의 중요성(작아야 커진다 : Smaller is bigger)' '담당자는 없다(Branding work does not exit)' '로고나 라벨은 중요하다(Beauty is important)' '역사는 중요하지 않다(History does not matter)' '늦은 나이는 없다(Faster the later)' 등을 강연에서 강조했다.
강연후 질의 응답이 있었다. 언론에 알려진 '357억 연봉킹'과 관련해서 그는 "카카오 대표 임기를 마치고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연봉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냐"라고 해명 했다. 또 서울시의 슬로건 디자인 선정에 대한 물음에는 "이것이 이 나라의 현실인 것 같아 우울했다"며 "디자인 감각이 있는 여러분들이 결정권 있는 국가기관에 많이 들어가면 나중에는 달라지지 않겠냐"라고 답했다. 앞서 서울시는 공개한 새 슬로건 디자인에 대한 시민 반발이 이어지자 재공모에 나섰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