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보증금 미반환 지연손해금 청구와 임차인의 이행제공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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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임대차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선고된 임대차보증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다수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사안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수년 전 임대차보증금 및 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지연손해금 판결을 받고도 장기간 보증금반환이 지연되던 중 해당 주택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었다. 임차인이 수년 전 받은 판결원리금 전부를 배당요구하자 적법한 배당금액이 얼마인지를 가리기 위해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청구이의소송을 제기했고, 임차인은 반소로 종전 임대차보증금반환판결의 시효연장을 위한 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 끝에 1,2심은 원고인 임대인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는데,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사건의 쟁점은, 보증금반환판결 이후 임차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집 보여주기를 거부했다는 것이 기존 판결에서 인정된 지연손해금을 받을 수 없는 사유인지 여부였다.
대법원 판결 관련 판시내용은 다음과 같다.
★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2497(본소) 청구이의,
2022다302503(반소)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 확인의 소1. 소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본소청구에 관하여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2011. 8. 22.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와 제1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임대차보증금 1억 3,000만 원, 월차임 55만 원(매월 9일에 후불로 지불), 임대차기간 2011. 10. 10.부터 2013. 10. 9.까지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2) 피고는 원고에게 2011. 10. 10. 임대차보증금 1억 3,000만 원을 전부 지급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아 거주하다가 임대차기간 만료 수개월 전부터 계약갱신거절 의사를 표시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테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는데, 이 사건 부동산에는 2007. 12. 5. 채권최고액 4억 4,280만 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3) 피고는 임대차기간 만료 전은 물론이고 만료 후에도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기 하기 위하여 집을 보여주는 것에 협조하였으나, 그럼에도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원고는 피고에게 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였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4카기572)을 받아 2014. 6. 11.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쳤다.
4) 또한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4가합53417, 이하 ‘종전 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고, 원고는 그 소장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위 법원은 변론 없이 2014. 9. 26. ‘원고는 피고에게 1억 3,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8. 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피고 승소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으며, 이 사건 판결은 2014. 10. 21. 확정되었다.5) 이 사건 판결 이후 원고의 배우자는 2015. 7. 15.부터 2015. 10. 7.까지 여러 차례 피고에게 새로운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해 이 사건 부동산을 볼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피고는 원고의 배우자에게 이 사건 판결에 따른 금액이 준비되면 연락을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만을 보냈다.
6) 한편 피고는 2013. 4. 9.부터 원고에게 차임을 지급하지 않은 채 거주하다가 2022. 5. 25.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였다.
7) 피고는 2022. 6. 15.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타경11410 임의경매절차에 참여하여 임차권자로서 69,766,130원, 배당요구채권자로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4카확493 소송비용액확정 결정에 따라 결정된 이 사건 판결에 관한 소송비용액 3,240,443원 및 이 사건 판결에 기하여 발생한 채권 중 150,373,215원을 배당받았다.
나. 동시이행항변권의 기판력 차단 관련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종전 소송에서 이 사건 판결이 선고 되기 전에 이미 원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피고의 이 사건 부동산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판결 선고 후 원고가 동시이행항변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판결 선고 뒤에 생긴 사유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이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전소의 변론종결 전에 당사자가 주장하였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공격방어방법에 미치고, 다만 변론종결 후에 새로 발생한 사유가 있어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기판력의 효력이 차단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다22214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이의 사유는 그 확정판결의 변론이 종결된 뒤에, 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이 선고된 뒤에 생긴 것이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
한편 쌍무계약에서 쌍방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 일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더라도 상대방 채무의 이행제공이 있을 때까지는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며, 이와 같은 효과는 이행지체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가 반드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자기채무의 이행을 제공하는 경우 그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이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상대방의 행위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1다376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먼저 한번 현실의 제공을 하고 상대방을 수령지체에 빠지게 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행의 제공이 계속되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 이행의 제공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이 가지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시적으로 당사자 일방의 의무의 이행제공이 있었으나 곧 그 이행의 제공이 중지되어 더 이상 그 제공이 계속되지 아니하는 기간 동안에는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13754, 13761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해 주겠다는 의사와 함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데 협조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이를 피고의 이행제공으로 보아 원고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이행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런데 위와 같이 이 사건 판결 선고 전까지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데 협조를 하던 피고가 이 사건 판결 선고 이후에는 원고 측의 협조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이 사건 판결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로서 앞서 본 이행제공의 중지라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원고의 동시이행항변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원고는 원심 준비서면과 상고이유서를 통해서 피고가 계속 이 사건 부동산에서 거주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동시이행항변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에는 피고의 이행제공이 중지되어 원고의 동시이행항변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이 사건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이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다) 그렇다면 원심은 피고의 이행제공이 어느 시점에서 중지되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 그 시점까지의 지연손해금만을 인정한 후, 그 이후에 발생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는 이 사건 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청구이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기판력 또는 청구이의 소송에서의 이의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중략>
‘지연손해금을 받기 위해서는 채권자의 이행제공도 계속되어져야한다’는 기존 판례를 바탕으로, ‘임대차보증금 판결 확정 이후 다른 세입자에게 집 보여주기를 거부한 임차인의 행위는 판결확정 이후의 새로운 이행제공 중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임대인의 동시이행항변은 기존 보증금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상호간의 형평을 고려하여 판결 후에 집 보여주기를 거부한 임차인 행위는 청구이의 사건의 쟁점인 “변론종결 후의 사유” 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이때부터는 지연손해금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 특색이 있다.
사건 경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전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 재판에서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 명도”라는 동시이행항변을 하지 못한 채 “의제자백” 즉, 무변론 판결선고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기판력 때문에 임차인이 장기거주하는 상황 속에서도 임대인의 지연손해금 지급의무라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이 기본구조이고 그 때문에 1,2심에서 임대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된 것인데, 비록 대법원에서는 이런 임대인의 억울한 사정을 고려하여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는 이상 동시이행항변권을 가진다’는 임대인 주장을 “이행제공 중지”라고 선해하여 임대인을 구제했지만, 동시이행항변 등 소송에서의 적절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한편, 이 판결의 의미를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임차인이 될 사람에게 집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법적으로는 임대인과 계약체결을 희망하는 다른 세입자나 매수인을 위하여 기존 세입자가 임대차목적물을 보여줄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보여주기가 세입자의 당연한 의무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지 거래관행일 뿐이다. 즉, 다른 세입자나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받아야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임대인의 입장과, 보증금을 받아야 다른 곳에 이사 갈 수 있는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생긴 오랜 관행에 불과하다. 법적으로만 보자면, 세입자는 임대차기간 만기 등 계약종료 이후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고 임대차목적물을 반환해야 하는 즉 명도(인도) 내지 이사해야하는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 다만, 지연손해금을 지급받기 위한 임차인의 동시이행의무 차원에서 집 보여주기가 협조되어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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