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위로를 주는 풍경

윤정선 개인전
사소한 풍경 속에는 누군가의 추억과 기억이 있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은 장소에 오히려 인간의 마음이 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풍경에서 관객의 추억을 끌어내는 작가 윤정선은 지붕, 가로수 등 평범한 길거리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겼다. 기억의 상자를 열어줄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연남동 화인페이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윤 작가의 신작들을 중심으로, 지난 3월 김세중 미술관에서 시인 김남조와 콜라보로 진행되었던 개인전 <사랑하리, 사랑하라>에 출품되었던 작품 등 48점의 작품들이 나온다.윤 작가의 캔버스 작업을 담은 ‘메모랜덤 페이팅’ 시리즈도 영상 설치 형태로 관객들을 찾는다. 윤정선의 작품은 기억 속에 묻힌 장소들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일상의 평범함을 통해 비움과 채움, 침묵과 부재 등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선 외로운 나무. 이 작품은 풍경 그 자체로 의인화됐다. 윤정선 작가 스스로가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회적 자아로서의 삶 사이에 생기는 균열과 고독을 고요한 나무로 표현했다.

윤정선은 기억을 풍경으로 인식하며, 시간이 축적 된 기억의 공간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 온 작가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거리와 풍경은 꾸며낸 가상의 장소가 아닌 우리 생활 속에 실제 존재하는 곳이다. 별 것 아닌 듯한 장소는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추억과 기억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작품 속에 표현된 누구나 지나쳤을 거리와 동네의 모습들은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기도 하며, 작업을 보는 사람들 각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상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윤정선은 "전시를 방문하는 관객들이 작품 속 거리에서 기억 산책을 하며 감성의 회복과 마음 치유의 실마리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풍경들이 안부를 물어오는 다정한 전시다. 전시는 6월 3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