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이 폼난다고?…패밀리카로도 1인가구도 'SUV' 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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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세단 시대…"세계적 현상"중형 세단을 모는 주부 최모 씨는 최근 남편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는 일이 잦아졌다. 4~5월 나들이 계절에 아이를 데리고 나갈 일이 많아졌는데, 세단에는 자전거나 푸시카(유아동 탑승하고 밀어주는 장난감차)도 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 'SUV'
실용성이나 공간활용도에서 주목
최 씨는 "푸시카 손잡이가 분리 안 되는 바람에 중형 세단 트렁크에 다 안 들어간다. 아이와 움직일 땐 여러모로 짐이 많아 남편과 차를 바꿔 타고 있다"며 "혼자 타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도 SUV 구매를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용성 끝판왕 SUV...패밀리카로 으뜸
이처럼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경향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난 2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베스트셀러로 본 주요 완성차 시장 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SUV 비중은 40.8%로 세단(35.2%)을 앞서 2년 연속 세단을 제쳤다.SUV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실용성이다. 특히 SUV는 실용성이 강조되는 '패밀리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케이카가 전국 30~49세 남녀 800명 대상으로 패밀리카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SUV 선호도는 39%로, 타 차종보다 약 2배에 이르는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패밀리카로서 SUV 선호도가 높지만, 자녀 등 가족이 없는 1인 가구도 역시 SUV를 선호한다. 미혼인 김모 씨는 "야외 활동을 즐기고, 무엇보다 반려견과 함께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SUV를 택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이동수단에서...'공간'으로 진화한 車
SUV의 인기에는 자동차의 역할 변화도 한몫 했다. 예전에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자동차를 하나의 '공간'으로 보기 시작했다. 승차감이 SUV보다 비교적 좋은 세단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차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차박'(자동차 숙박)이 대표적. 최근 출시되는 SUV들도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해 차를 출시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QM6 퀘스트는 차박이나 캠핑 등을 즐기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아예 기존 QM6의 뒷좌석을 들어내고 출시했다.최근 나오는 SUV가 뒷좌석은 물론이고 앞좌석까지 '풀 폴딩'할 수 있도록 출시되는 점도 이러한 유행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를 앞뒤로 완전히 접을 수 있도록 한 점이 그렇다. 1·2열을 모두 접어 실내 길이를 2059㎜까지 늘려 성인 2명도 차박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공간 활용도에 있어 전기 SUV는 더욱 소비자 이목을 끈다.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하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활용해 만든 기아 신형 전기차 EV9 휠베이스의 길이는 3100㎜로 카니발(3090㎜)보다도 넓다.
업계 관계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나 분위기를 볼 때 SUV를 선호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