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였다니"…휴가철 아닌데 불티나는 '여성 제품' 뭐길래 [오정민의 유통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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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휴가족 증가에 휴가 관련 제품 수요 '급증'여름휴가가 집중되는 성수기인 '7말8초'(7월 말∼8월 초) 대신 이른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통가에서는 휴가 관련 상품 수요가 급증했다. 성수기를 피하려는 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벌써부터 여행가방, 수영복 등 휴가철 제품 인기가 뜨겁다.
캐리어 매출 11배 급증…"이른 휴가족 효과"
27일 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 성수기까지 아직 두 달가량 남았지만 대표 여행 관련 상품으로 꼽히는 가방과 수영복 등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이 회사 온라인 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지난달부터 이달 24일까지 캐리어·기내용 가방 등 여행용 가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배 급증했다. 여행용 캐리어 전문 브랜드 '로우로우'의 인기 여행가방 3종은 지난달 전량 품절됐다가 재입고되기도 했다.
아직 여름철로 본격 접어들기 전이지만 수영복 매출 증가세도 뜨겁다. 해당 기간 에스아이빌리지 수영복 매출은 463.4% 뛰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다섯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선글라스와 모자(선캡·라피아캡) 매출도 각각 20%, 17.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롯데쇼핑의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에서 올해 1~4월 래쉬가드·수영복과 물놀이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휴가지 패션을 찾는 검색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 이달 1~21일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름휴가룩'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5% 폭증했다. 수영복의 일종인 '모노키니' 검색량은 2배 많이 검색됐고, '물안경'(345%)과 '비치 원피스'(145%)의 검색량도 늘었다. '캐리어'(300%) 등 여행 관련 상품 검색량도 증가세를 보였다.
에이블리는 "성수기를 피해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황금연휴' 시즌 합리적 가격으로 이른 여름휴가를 떠나는 '얼리(early) 휴가족'이 늘며 휴양지룩을 찾는 시점이 앞당겨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엔데믹에 알뜰하게…이른 휴가족 늘어난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해외 각국의 봉쇄 조치가 종료되면서 올해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상시 휴가제 도입 기업이 늘어난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오른 여행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 등이 이른 휴가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최근에는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 응답자 10명 중 4명가량이 성수기인 7~8월을 피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673명 중 184명(27%)이 5~6월에 휴가를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9~10월에 가겠다는 응답자도 98명(15%)이었다.성수기를 피해 휴가에 가겠다고 답한 인원의 절반 이상(52%)이 비용을 이유로 꼽았다. 제주항공은 "비용을 아끼거나 번잡함을 피해 일찍 여름휴가를 떠나는 이른바 '이른 여름휴가족'이 올해도 늘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와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지속되는 가운데 알뜰하게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스마트 컨슈머'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이른 휴가를 떠나는 6월 출국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전 5년간(2015~2019년) 6월 출국자는 연평균 12.7%씩 증가한 바 있다. 이는 해당 기간 연평균 증가율(8.3%)과 성수기인 7월(9.5%)과 8월(5.8%) 증가율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올해 해외여행객 폭증세에 비춰 올해는 6월 출국자수 증가폭이 한층 클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 플랫폼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를 찾은 한국 관광객(승무원 제외)은 468만31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7106명)보다 16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특히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관련 여행 수요가 몰린 방일 관광객이 160만700명(한국은행 집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일본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노(No) 재팬’ 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관심도가 가장 높은 해외 여행지는 남태평양(51%)과 유럽(45%), 미국·캐나다(43%), 동남아시아(40%), 일본(4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은 2019년 1분기(31%)에 비해 관심도가 9%포인트 증가하며 증가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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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