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등극한다. 서구는 인도가 경제적으로 중국을 따라잡고, 아시아에서 강력한 민주주의의 중추 역할을 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인도는 교육과 산업화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 시스템은 소득 격차와 같은 긴장을 잘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해져야 한다.
Sadanand Dhume WSJ 칼럼니스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의 지식인들은 자국의 인구 급증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는 인도가 많은 청년 인구를 무기 삼아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인도 인구는 2064년은 돼야 17억 명으로 정점을 찍는다는 게 유엔의 전망이다. 중국의 중위 연령은 39세로 인도보다 열 살가량 많다. 중국은 ‘한 자녀 정책’ 후폭풍으로 성인 한 명이 나이 들어가는 부모 2명과 나이 든 조부모 4명을 부양해야 하는 이른바 ‘4-2-1 문제’가 불거졌다.
젊은 인도…3위 경제대국 되나
1991년 경제개혁 이후 인도는 빈곤 퇴치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인도는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 경제 대국이 됐다. 인디아스테이트은행은 인도가 2029년까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는 중국보다 절대적으로 가난하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인도와 중국의 1인당 연간 소득은 350달러 수준으로 비슷했지만, 이제는 중국이 인도의 6배나 된다.인도에 대한 낙관론은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에 기반한다. 인구배당효과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인구 전문가인 니컬러스 에버스탯은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가족 형태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역사상 한 번의 기회가 왔다고 설명한다. 인도에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데, 이는 저축·투자 확대와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대만이 빈곤국에서 부국으로 빠르게 전환한 성공 사례다.
한국처럼 성공하려면
인도가 한국, 대만의 성공을 모방하려면 먼저 문제부터 파악해야 한다. 인도의 문맹률은 상당히 높다. 40여 년 전 중국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인도의 노동시장에는 학교에 다닌 적 없는 근로자 수억 명부터 대학 졸업자까지 포진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 간 격차는 지난 30년 동안 더욱 벌어졌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중국은 미국 등과 비슷한 60% 이상이지만 인도는 23%(2021년 기준)에 그친다.산업화도 중요하다. 소수의 자원 부국을 제외하면 농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가 선진국이 됐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6%에서 2021년 14%로 오히려 축소됐다. 인도 노동력의 거의 절반이 소규모 가족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인도에 거대한 잠재력이 있는 건 분명하다. 인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견고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에버스탯은 “인구배당효과가 항상 경제적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ill India’s Growing Population Bring an Economic Boom?’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