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5개사 노조…"ESG 경영委 자리 달라"

올해 임단협 요구안 제시
사측 "사실상 경영간섭" 우려

HD현대그룹의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HD현대는 노조의 경영 참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간 충돌이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등 HD현대 5개 계열사의 노조는 2023년 임금단체협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가 작성한 5개사의 공통 요구안은 이외에도 △그룹 공동 교섭 △원청의 책임성 강화 △정년연장 및 신규 채용 △산업 전환 협약 체결 등이다. 이 중 그룹 공동 교섭건은 계열사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사 협의 대상에서는 최종적으로 빠졌다. 개별 회사의 노사 상견례는 지난 16일부터 차례로 시작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등장한 ESG경영위원회의 노조 참여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경영의 이해관계자인 노동조합이 ESG 경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 가치 상승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HD현대는 2021년 9개 계열사에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각 사 ESG경영위원회는 사외이사 3~4명, 사내이사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안이 받아들여지면 노조가 HD현대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어서 HD현대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ESG경영위원회는 ESG 시대에 사실상 경영 방침을 정하는 곳”이라며 “민주노총이 HD현대 계열사 노조를 발판 삼아 기업 경영에 참여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HD현대 노조는 2016년에도 노조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실패했다. HD현대 관계자는 “노조는 노사협의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통해 실질적인 ESG 경영 참여를 보장받고 있다”며 “기존 전문 협의체를 활용하는 것이 전문성 측면에서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등은 공통 요구안 외에 올해 기본급을 18만4900원 올리는 안도 제시했다. 2만3000원의 호봉 승급분을 제외한 것으로, 지난해보다 9.14% 인상한 수치다. 이와 함께 호봉승급분(1만2000원 인상)과 근속수당 인상도 협상에 내걸었다. 인상안엔 18~21년차의 경우 현재 10만원인 근속수당을 17만원으로 올리도록 돼 있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