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타내려…수술자국 그려 환자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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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낀 기업형 보험사기“누구 소개로 오셨죠? ‘코드’(브로커를 말하는 은어) 알려주세요.”
(上) 기막힌 '여유증 수술' 사기수법
브로커가 병원 상담실장
"수술 없이 수백만원" 환자 모집
의사와 짜고 사진·서류 등 조작
1년간 수백건 넘게 처리한 병원도
지난 25일 서울 강남 K성형외과 상담실장은 “여성유방증(여유증) 수술을 하고 싶다”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병원을 소개해준 브로커 확인이 끝나자 “가슴 안 유선 조직만 확인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며 “보험 가입 상태에 따라 최소 500만원은 챙길 것”이라고 했다.기자와 동행한 전직 보험사기 브로커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점조직 브로커가 환자를 발굴해 병원에 보내는 시스템”이라며 “수술도 안 하고 서류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진단서 조작해 허위 수술
보험사기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 과잉 진료로 보험금을 빼먹는 수법에서 요즘은 진단서를 조작해 수술을 하지 않고 보험금을 타는 기업형 보험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기조직은 온라인 언론사와 의료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면서 보험사기 방법을 알려준다. 광고대행사를 통해 브로커 수수료를 광고대행비로 받아 자금을 세탁하는 치밀한 수법도 쓰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여유증 보험사기단’은 병원과 브로커 조직, 위장 환자 등 역할을 분담한 조직적 사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로 구성된 브로커 조직은 전국 성형외과와 남성전문병원을 돌면서 의사들과 보험사기를 공모해 병원 상담실장으로 조직원을 보낸다. 이들은 “수술받지 않고도 보험금 수백만원을 챙길 수 있다”며 “위장 환자 역할을 해달라”고 공모자를 물색했다.의사들 역시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수술 증명을 위해 가슴에 수술 자국을 그리는 시술을 했다. 타인의 사진을 도용해 수술 전후 사진을 만들기도 했다. 진단서를 조작해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한 것이다. 허위진단서 작성은 형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7년 이하 자격 정지에 처해진다.
○병원·브로커·환자 공모 기업형 범죄
보험설계사 경력이 있는 조직원은 보험 가입부터 허위 수술, 보험금 지급까지 한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500만원 정도 드는 여유증 수술은 실손보험금으로 450만원(90%)가량 지급된다. 수술 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수술비 정액담보 보험금도 적극 활용했다. 정액담보 보험금은 보험사별로 중복 지급이 가능하다. A환자의 경우 수술비를 실손보험으로 처리하고 보험사 다섯 곳에서 200만원씩 받은 1000만원의 정액담보 보험금을 병원(500만원)과 브로커(300만원), 환자(200만원)가 나눠 가졌다. 수사망에 올라와 있는 B병원은 1년에 여유증 수술만 수백 건 이상 했다.이들은 환자들에게 보험 가입도 유도했다. 한 브로커는 “보험 가입 후 보험금이 바로 나오는 상품도 있고 중복 지급도 된다”며 “최대한 많은 보험사에 가입한 뒤 보험금을 받고 해지하라”고 사기를 공모한 환자에게 조언했다.
이들의 범행은 환자 행세를 한 폭력조직배의 수술 전후 사진에서 문신이 달라진 것이 보험사에 발각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이들이 국내 최대 보험사기 브로커 조직인 H사에서 파생된 조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H사 조직원으로 백내장 관련 보험사기에 가담했을 당시 익힌 수법을 여유증 보험사기조직을 꾸려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H사는 지난해 경찰이 압수수색한 강남의 대형 안과에서 주로 활동하던 조직이다. 현재도 갑상샘과 하지정맥류, 자궁근종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한 보험사기 금액은 1조818억원에 달한다.
장강호/조철오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