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괴담정국' 몰아가는 野 선동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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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반대 장외투쟁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정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부·여당을 향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배상 합의안 등에 반발하며 내세운 반일 프레임의 연장선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과학으로 대응할 부분을
정치 쟁점화해 선전·선동
팩트 무시하고 일단 거리로
親野성향 방송사도 공포 부추겨
시찰단 명단 비공개 '깜깜이'
정부·여당, 소통 부족 지적도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과 인체 및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 분석은 순전히 과학의 영역이지만, 정치권이 앞장서서 여론전을 펴고 있다. 과거 ‘광우병 파동’과 닮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당시에도 인간광우병 등을 놓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대중에 괴담처럼 퍼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안전하면 마셔라” 궤변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두고 “안전하면 마셔보라”는 식의 선동 구호를 내뱉고 있다. 5선인 안민석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나와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부 시찰단과 대통령 내외부터 먹어보시라”고 했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스위스 생수처럼 ‘후쿠시마 오염 생수’를 수출하면 되는데 왜 바다에 버리냐”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으며 ‘안전하다’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화 처리해 희석된 오염수를 ‘독극물’에 비유한 것이다.정치권이 앞장서서 공포를 조장하는 건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제1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장외 집회에 참가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거리 행진을 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제2의 광우병’이라고 본다”며 “민주당은 팩트보다 국민 정서를 건드리며 선동하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리 ‘과학적 팩트’를 외친다 한들 국민 귀에 들릴 리 없다”고 했다.
○일방적 주장 그대로 방송
야권 성향의 방송 매체가 공포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광우병 사태는 MBC PD수첩이 이른바 ‘주저앉는 소’ 영상을 내보내며 광우병 감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국민적 공포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대법원은 해당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했다.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비슷한 흐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KBS ‘더 라이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예고된 재앙’으로 단정했다. 그러면서 오염수를 정화하는 핵심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능하더라도 방류되는 오염수를 모두 처리할 만큼의 용량이 되지 못한다는 일방적 주장을 방영했다. 이 과정에서 진행자는 ‘어이구’ ‘어휴’ 등의 탄식을 뱉으며 맞장구쳤다.○정부 여당이 자초하는 측면도
정부·여당이 국민적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현장 시찰단 명단 비공개가 대표적이다.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제외하곤 누가 참여했는지 깜깜이다. ‘과학’으로 억지 주장을 잠재우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해외 석학인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초청한 게 대표적이다. 앨리슨 교수는 국회에 나와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친 오염수 10L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했지만 정부 출연연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를 반박했다. 음용수 기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오히려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여당은 ‘오염수 괴담’으로 피해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어민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장 방문뿐만 아니라 원산지 표시 강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재영/박주연/원종환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