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 치료비 후원' 추신수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는데"

하반신 마비와 싸우는 김동현의 재활 치료비 전액 지원
추신수(40·SSG 랜더스)는 투병 중인 격투기 선수 김동현(35·활동명 마동현)의 재활 치료비 전액을 후원하기로 하고도 "우리만 알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동현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마움을 표했고 추신수의 선행이 외부에 알려졌다.

26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추신수는 "다분히 개인적인 일이어서, 김동현 선수에게 '우리만 알자'고 말했다"며 "더 좋은 일은 하시는 분도 많다.

특별히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오히려 내가 김동현 선수를 만나 느낀 점이 많다.

내게도 고마운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연합뉴스를 포함한 언론이 전한 김동현의 사연을 듣고, 프로야구 SSG 부산 원정길(19∼21일)에서 김동현과 만났다. 종합 격투기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다시 격투기 선수로 복귀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던 전 UFC 선수 김동현은 지난해 말 경추 척수증 진달을 받았다.

김동현은 "하반신 마비를 겪은 후 상대 선수가 아닌 저 자신과 싸우면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다른 종목 선수지만, 같은 스포츠 선수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등을 보며 김동현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고, 만남을 청했다"며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인성이 정말 좋은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첫째 아이'가 화두에 오른 뒤, 공감대는 더 커졌다.

김동현에게는 생후 약 200일 된 딸이 있다.

추신수는 "김동현 선수가 최근에 첫 아이를 얻었다.

첫째(추무빈 군)를 얻었을 때, 나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다"며 "김동현 선수는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고 싶어 한다.

나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던 시절에 첫째를 얻었고, 가족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뛰었다.

김동현 선수를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매달 약 100만원 정도가 드는) 재활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은 지난 22일 SNS에 "제 소식을 듣고 연락을 주신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추신수 선수와 점심 식사를 했다.

운동선수이자 가장의 인생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격투기뿐 아니라 어느 종목이든 정상의 자리에 있는 선수들은 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추신수 선수가 5년 동안 재활 치료비 전액을 후원해주시기로 했다.

외부에 알리는 걸 싫어하셨지만 이렇게라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썼다.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일어나서 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힘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의욕도 드러냈다.

김동현 후원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 했던 추신수도, 김동현의 재활 의지를 키운 것에는 뿌듯해했다.
추신수는 외부에 알려진 것만, 20억원이 넘는 고액을 기부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도 비시즌에 한국을 찾으면 충주 성심학교, 유소년 야구, 난치병 환자, 소방관 가족 등을 위해 고액을 쾌척했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아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거 191명 전원에게 1천달러씩 생계 자금을 지원했다.

2021년 SSG와 계약하자마자 연봉 27억원 중 10억원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SSG 저 연봉 선수에게 야구용품을 후원하고, 부산 모교와 SSG 연고지 인천에 있는 학교 야구부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추신수는 "빈손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내가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당연히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야구 후배들이 일 순위이긴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곳의 '분야'를 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팬들의 사랑도 받았다.

아내(하원미 씨) 등 가족도 기부에 적극적이다. 우리 가족이 받은 걸, 많은 분께 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