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요소수 위기' 닥치면…中 아닌 14개국이 함께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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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제한 인·태 14國 '공급망 협정' 타결‘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조직이다. 이번 공급망 협정 타결로 미국과 우방국은 ‘탈중국 공급망’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한국도 ‘제2의 요소수 대란’ 같은 중국발 공급망 쇼크를 최소화할 수단을 갖게 됐다. 하지만 IPEF에 참여한 14개국 중 10개국의 제1 교역국이 중국인 만큼 이번 공급망 협정은 대중 압박 수위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中 압박수위, G7때보단 낮아져
10개 나라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
탈동조화 등 中 겨냥한 단어 빠져
韓, 보복조치 부담 크지 않아
"액션플랜 없어 실효 의문" 지적도
14개국 공급망 협조
IPEF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선진국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피지 등 개발도상국까지 모두 14개 국가가 참여했다.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2021년 기준 34조6000억달러로 세계 GDP의 40.9%를 차지한다. 이는 역대 협정 최대 규모다. 중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GDP 총합은 26조1000억달러로 전 세계의 32.6%이며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GDP 총합은 10조7000억달러(비중 12.7%)다. 참여국 인구 합계도 IPEF는 25억 명으로 RCEP(22억7000만 명), CPTPP(5억1000만 명)보다 많다.
미국은 이번 공급망 협정 타결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틀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은 IPEF를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중국의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지난해 5월 출범 당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으로 보고 있다.이번 공급망 협정의 핵심은 공급망 위기 발생 시 14개국이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 대처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급망 위기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번 협정에서 각국이 공급망 위기 정보를 공유하도록 합의한 만큼 위기에 미리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위기 시에도 참여국 간 공동 대응이 가능해져 2021년 요소수 대란 같은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中 압박 수위 낮춰
이번 공급망 협정에선 ‘디커플링(탈동조화)’이나 ‘디리스킹(탈위기)’ 등 직접적으로 중국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단어가 빠졌다.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중국을 겨냥해 “경제적 위압으로 타국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항하는 틀을 세운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과는 대조적이다.미국이 ‘전방위 중국 압박’이란 G7 정상회의 결과에 만족하는 만큼 IPEF에선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PEF에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다수 참여한 점도 이번 공급망 협정 타결 수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IPEF에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중 7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전체 14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은 중국이 제1의 교역 상대다. 공급망 분야의 논의 수준을 미국의 기대만큼 높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이번 협정에 따른 한국의 외교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같은 합의 수준에서는 중국의 강한 반발이나 보복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협상 내용상 특정국을 표적으로 하는 것은 없다”며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이고, 중국과 양자 협력을 지속할 여러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아직까지 이번 협정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협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공급망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협력을 구할 채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재 내용만으로는 누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지 여부와 구체적인 액션 플랜 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