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높이서 문 열린 비행기…온몸으로 비상문 막은 승무원

지난 26일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기에 탑승한 30대 남성 A씨가 대구공항 상공에서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가운데 착륙을 앞두고 승무원이 열린 비상문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사진이 확보됐다. /사진=뉴스1
제주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여객기가 운항 도중 한 남성이 비상문을 열어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한 여성 승무원이 비상문을 온몸으로 막는 장면이 포착됐다. 앞서 한 남성 승객은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승무원들의 조치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던 셈이다.

28일 MBN은 해당 승무원의 사진을 공개했다. 피의자 이모씨(33)가 문을 강제로 개방한 후인 것 보이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 승무원은 비상문에 매달리다시피 한 채 온 몸으로 문을 막아서고 있다. 여객기 착륙 직전이거나, 문을 개방한 채 착륙한 여객기가 대구공항 활주로를 내달릴 때 승객 추락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이 씨의 범행 직후 이 승무원과 다른 승무원, 승객 일부는 개방된 비상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한 이 씨를 제압, 기내 복도에 엎드리게 하고 무릎과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승객들의 전언 등에 따르면 여성 승무원들은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남성 승객들에게 "도와달라"는 사인을 보내 더 큰 피해를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11시 40분경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항공기는 착륙 직전인 낮 12시 35분경 지상 250m 상공에서 출입문이 열렸다. 비상구 문을 연 이 씨는 31A 좌석에 앉은 상태로 문을 열었다. 해당 좌석은 비상구 문이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깝다. 비행기는 출입문이 열린 채 낮 12시 37분경 대구공항 활주로에 착륙했으며 12시 47분경에 완전히 멈췄다. 문이 열렸을 당시 여객기는 상공 200m 지점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63빌딩(약 243m)과 비슷한 높이다.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검은색 상의)씨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사고로 190여명의 탑승객은 착륙 때까지 공포에 떨었으며, 이 중 12명은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씨는 구속됐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 “빨리 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항공안전보안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2개 이상 범죄가 성립될 경우 이씨는 최대 징역 15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한편 사고가 발생한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 남성 승객은 지난 26일 대구MBC와의 인터뷰에서 “(승무원의) 조치가 없었다”며 “나는 ‘비상문 안 닫으면 착륙이 어렵겠구나. 나라도 가서 닫아야 되나’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때 승무원 얼굴을 봤는데 완전히 겁에 질려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냥 자포자기 상태”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