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개방해 콘서트…"잔디밭 뛰노는 아이들 보며 에너지 얻어"

인터뷰 - 최등규 대보그룹·서원밸리CC 회장

내달 3일 19회 '그린콘서트'
누적관객 49만명
한국 대표 음악축제로 부상

장남 최정훈 이도 대표와
아시아 골프산업 10인에 올라

10월 국내 유일 LPGA 대회 열어
벙커 86개 늘리는 등 코스 개선
5월 말이 되면 경기도 파주 일대는 설렘의 기운이 가득해진다. 한국의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인 서원밸리CC가 지역주민에게 빗장을 활짝 여는 ‘그린콘서트’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1년 중 골프를 치기 가장 좋은 때의 토요일 하루 동안 서원밸리CC는 골퍼를 받지 않는다. 대신 이날 하루 동안 무료 뮤직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도 그린콘서트가 찾아온다. 매해 5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렸던 그린콘서트지만 올해는 다음달 3일 열린다. 부산 엑스포 유치기념 ‘드림콘서트’와 일정이 겹쳐 부득이 한 주 늦췄다.그린콘서트 준비가 한창인 29일 최등규 대보그룹·서원밸리CC 회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올해는 관객들이 마스크를 벗고 참여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리는 첫 콘서트인 셈”이라며 “무엇보다 관객들의 안전에 유의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시작된 그린콘서트는 올해로 23년째, 횟수로는 19회를 맞는다.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졌던 2020년부터 2년간을 제외하곤 매년 열렸다. 첫해에는 지역주민과 서원밸리 회원 등 1500여 명이 찾은 단출한 행사였다. 20여 년의 세월이 쌓이면서 그린콘서트는 파주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 중 하나가 됐다. 방탄소년단(BTS), 워너원 등 인기 가수들이 재능기부로 무대에 올랐고, 해외에서도 팬들이 찾아왔다.

올해도 펜타곤, AB6IX, 장민호, 진성 등 대세 가수들이 무대를 꾸민다. 지난해까지 누적관객 49만 명을 기록해 올해 5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그린콘서트가 열리는 날, 밸리코스 1번홀은 콘서트 무대가 된다. 페어웨이는 소풍 나온 가족들의 쉼터가 되고 벙커는 어린이들의 씨름장으로 변신한다. 특히 서원힐스CC의 9개 홀은 전면 개방해 주차장으로 쓰인다. 최 회장은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1년 동안 힘차게 일할 에너지를 얻는다”며 “잔디가 조금 상하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웃었다.

최근 최 회장은 골프계에서 다시 한번 화제에 올랐다. 미국의 골프산업전문매체 골프Inc가 최근 발표한 ’아시아 골프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인’에 장남 최정훈 이도 대표와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다. 최 회장은 그린콘서트로 골프업계에 나눔의 정신을 확산시킨 공로로, 최 대표는 골프장 위탁운영 브랜드인 클럽디(CLUBD)를 운영하며 ‘클럽디 꿈나무 사회공헌’으로 골프 꿈나무와 아마추어 후원에 나선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골프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부자(父子)가 나란히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저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아마추어 골퍼 지원을 아들이 직접 나서줘 고마우면서도 기특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품을 떠나 한 사람의 당당한 사업가가 된 아들에게 사업 관련 조언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어항 속의 금붕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한국 사회의 투명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기업인, 특히 오너 2세는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조심해서 행동해야 한다고 아들에게 강조한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서원힐스CC에서 열기로 한 것. 대회 개최를 6개월여 앞두고 서원힐스CC는 대대적인 코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계가 데이비스 데일이 참여한 가운데 전장을 늘리고 벙커 86개를 신설하거나 개선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능선처럼 굽이치는 벙커립스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1언더파 267타로 우승해 난이도가 아쉬웠다는 평가를 고려한 결정이다.

최 회장은 “LPGA투어는 세계 170여 개국에 생중계되는 만큼 서원힐스CC가 한국의 얼굴이 되는 셈”이라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최고의 코스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