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백브리핑] 방신실, '성장캐 스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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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신인'방신실, E1 채리티 오픈서 우승하며 '슈퍼스타' 떠올라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앞세운 화려한 플레이, 여기에 매 대회마다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무대 데뷔부터 첫 승까지, 청춘 스포츠 영화 한 편이 뚝딱 완성될 정도로 완벽한 서사까지 갖췄다. ‘괴물 신인’에서 ‘슈퍼스타’로 단숨에 뛰어오른 방신실(19) 얘기다.
3년간 국가대표 지낸 '에이스'… KB금융도 잠재력 인정
시드순위전서 부진 불운 겪기도
세번의 우승경쟁 만에 첫승… 5경기 만에 상금 2억 넘어서
방신실은 28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슈퍼스타로서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우승상금 1억6200만원을 받아 정규투어 5개 대회만에 상금 2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단기록을 세웠다. 다음 대회에서 2111만원 이상 상금을 따내면 2018년 박인비가 작성한 최소대회 상금 3억원 돌파 기록(7개 대회)을 넘어선다.방신실의 플레이는 화끈하다. 긴 팔다리로 뿜어내는 장타는 쭉쭉 뻗어나가고, 숏게임은 섬세하다. 여기에 루키다운 풋풋함에 겸손함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팬들의 마음을 흔든 것은 방신실이 만들어내는 ‘성장’의 순간이다. 방신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유명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국가대표를 지낸 에이스였다. 선수 발굴하는 눈이 밝기로 유명한 KB금융그룹이 일찌감치 후원에 나섰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하지만 방신실의 진짜 매력은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스타라는데 있다. 지난 겨울, 정규투어 진출을 위한 시드순위전에서 방신실은 40위, 조건부 시드를 받는데 그쳤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으로 체중이 10kg 줄어들었고 컨디션 난조를 겪은 탓이다. 국가대표 동기인 김민별, 황유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규투어에 입성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했다. 그는 우승을 하고 나서야 “친구나 언니들이 다 정규투어에 올라갔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방신실은 정규투어 첫 출전부터 보란듯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KLPGA 챔피언십에서 곧바로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 뛰어었다. 결과는 공동4위, 준수한 결과였다.
기회는 2주만에 또 찾아왔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번 챔피언조로 나섰지만 경험 부족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두개 홀에서 실수가 이어지면서 우승을 놓쳤다. 세번째 도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방신실은 달라져있었다. 앞선 두 대회에서 보였던 불안한 루키는 더이상 없었다. 대신 18번홀까지 집중력을 지키며 내내 선두를 지키는 노련한 프로가 있었다. 우선 코스에 대한 영리한 접근이 돋보였다. 1, 2라운드에서 비거리 평균 250야드를 쳤던 방신실이지만 최종라운드에서는 평균 240야드를 쳤다. 대부분의 홀에서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잡은 탓이다. 그는 “1, 2라운드 결과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덕분에 최종라운드에서 단 한차례만 페어웨이를 놓치며 정확도 92.8%를 기록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수를 던지는 과감함도 보였다. 1타차 불안한 선두를 이어가던 방신실은 16번홀(파5) 티샷을 앞두고 드라이버를 잡았다. 티샷을 292야드 보낸데 이어 우드를 잡고 두번째 샷만에 공을 그린 오른쪽 프린지에 떨궜다. 그림같은 칩샷으로 공을 1m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 2타 차로 달아났다. 이날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다.
18번홀(파5)에서 한번 더 위기가 찾아왔다. 우드로 때린 티샷이 처음으로 러프에 빠졌다. 가늘고 긴 벤트그라스 러프가 비까지 머금은 상황. 앞서 두번의 챔피언조 경험처럼, 압박감에 발목잡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신실은 과감한 샷으로 공을 페어웨이로 보냈고 파로 막아냈다. 앞서 두 번의 경험이 녹아있는 비상이었기에 그의 첫 승은 더욱 빛났다. 방신실의 최대 무기인 장타 역시 처음부터 갖춘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같은 후원사 선수인 나타끄리타 웡타위랍(19·태국)과 함께 쳐본 적이 있는데 50m나 더 멀리 보내는 것을 보고 자극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전지훈련동안 스윙 스피드를 높이고 드라이버 임팩트에 힘을 싣는 훈련에 독하게 매달렸다. 그 결과 비거리는 30야드 늘었고, 스윙스피드는 남자 선수 수준의 시속 109마일에 이르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방신실은 당당하게 올 시즌 풀시드를 따냈다. 대상 레이스 6위, 신인왕 3위로 뛰어오르며 올 시즌 골프판에 격동을 예고했다. 프로골퍼로서 방신실도, 올 시즌도 이제 시작단계다. 방신실이 얼마나 더 성장해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방신실의 행보에 더욱 기대와 응원을 보내는 이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