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간을 생각하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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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알파고와 챗GPT를 통한 두 차례의 강력한 기술적 체험은 우리에게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공존의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AI 기술은 모든 산업, 창작 분야에 적용돼 단순히 기존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투덜대지도 지치지도 않으니, 희망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해야 할까. 내가 만약 20대 초반의 팬덤도 없는 미숙한 웹툰 작가라고 생각해보면, 엄청난 퀄리티의 그림을 마음껏 그려대는 AI 기술은 두려움 이상의 악몽일 것 같다.
그럼에도 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져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기업은 물론 국가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걸 알면서도 동시에 활용해야만 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다가올 AI 시대에 인류가 창작의 영역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할지라도 이전 에세이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과정은 참담할 수 있다.그래서 우리가 AI 기술을 탐구하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돌려서,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두려움을 초래하는 영역이 아닌,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한 일들에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예시들을 통해 AI와 인류의 공존이 가능함을 증명하고 이 기술의 긍정적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오랜 노력이 있었다. 행정복지센터에는 기초생활, 연금 등을 위한 전문인력과 상담창구가 마련돼 있을 정도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나 자신을 복지대상자로 증명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때때로 마음의 상처까지 입는다. 이런 ‘가난 증명’을 위한 높은 문턱으로 안타까운 비극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상담을 AI가 맡는다면 어떨까? 사람이 아니기에 오히려 편하게 나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기계만이 줄 수 있는 변함없는 친절함으로 편안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
노인돌봄은 감정 노동일 뿐만 아니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돌봄을 제공하는 보호사도, 돌봄을 받는 사람(노인)도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의 감정을 케어하는 기본적인 역할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통해 요양사 일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AI의 긍정적 활용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지난주 AI를 어떻게 규제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AI 청문회가 미국에서 열렸다. 나는 대담하게 제안하고 싶다. AI가 인간을 도와 인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있다. 우리 국회와 업계도 인간을 생각할 수 있는 AI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