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순식간에 배터리 결합…EV9 하루 140대 쏟아진다

'준공 50주년' 기아 오토랜드 광명 최초 공개

EV9 생산비중 30%로 확대
1공장서 올해 5만대 목표
자율주행 지게차 등도 눈길

2공장은 '전기차 전용' 탈바꿈
그린벨트 풀리면 투자 확대 기대
지난 25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 1공장의 전기차 생산라인에서 ‘고전압 배터리 체결 로봇’이 EV9 차체와 배터리 결합 작업을 하고 있다. 기아 제공
지난 25일 경기 광명시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 1공장. 모듈 조립공정 컨베이어 라인 상부에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사진) 차체가 도착하자 하부에 있던 로봇이 고전압 배터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결합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를 체결하는 로봇 10대를 포함해 1공장에는 30대의 완전 자동화 로봇이 가동 중이다.

새로운 로봇 공정과 각종 첨단 설비를 도입한 오토랜드 광명이 기아 전동화 전략의 핵심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기아는 올해 1공장에서 EV9 5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EV9은 이달 사전계약 8일 만에 1만 대를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을 예고했다.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2공장은 내년부터 기아의 첫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탈바꿈한다. 1973년 국내 최초의 자동차 종합공장으로 출발한 오토랜드 광명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율주행 지게차가 프레스 소재 날라

올해로 50주년, 누적 생산 1000만 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쓴 오토랜드 광명엔 1공장, 2공장 등 두 개의 생산공장이 있다. 연면적 규모는 약 56만1983㎡(17만 평)다. 오토랜드 광명은 1981년 첫 사륜차인 ‘브리사’를 생산한 뒤 꾸준히 생산능력을 확충해 연간 31만3000대를 생산하는 수도권 최대 공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찾은 1공장 프레스공장에선 7t 자율주행 지게차가 프레스라인에 들어가는 소재를 부지런히 나르고 있었다. 이어 국내 최대 크기인 5400t 프레스라인이 굉음과 함께 강판을 찍어 EV9 차체를 만들었다. 1공장엔 1300여 명이 근무하지만 프레스공장은 대부분 자동화돼 직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1공장에선 하루 700여 대의 신차가 생산된다. 기아는 이 공장에서 EV9과 카니발, K9 등을 혼류생산하고 있다. 현재 1공장의 EV9 생산 비중은 전체의 20%로, 하루 140대가량 생산한다.

EV9 생산 비중 확대하고, 2공장도 개조

EV9은 내연기관차와 같은 라인에서 생산되지만, 최종적으로 로봇이 고전압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을 탑재하는 전동화 라인을 거친다. 기아는 EV9을 양산하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에 전기차 전용 설비와 공정을 추가했다. EV9은 1회 충전에 최대 5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4세대 고전압 배터리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기아는 1공장의 EV9 생산 비중을 현재 20% 수준에서 이르면 연말부터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국내외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생산되는 EV9 5만 대 중 70%는 북미와 유럽 등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그간 수출용 리오와 스토닉을 생산한 2공장은 대대적인 개조를 통해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아는 다음달 2공장 철거 작업에 들어가 올해 말까지 전환 공사를 진행한다. 내년 상반기 말부터 2공장에서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프로젝트명SV), 준중형 전기 세단 (프로젝트명 CT) 등 전용 전기차 2종을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벨트 규제 풀리면 추가 투자도 기대

기아는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를 25만8000대로 잡았다. 2026년엔 이보다 네 배가량 많은 100만5000대, 2030년엔 160만 대를 제시했다. 지난해 세웠던 목표치보다 각각 약 20만 대, 40만 대 끌어올렸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 연간 총판매 목표(430만 대)의 37%가 전기차로 채워진다. 이를 위해 기아는 올해 EV9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15종의 전기차를 내놓기로 했다.업계에선 오토랜드 광명에 그린벨트 규제가 해소되면 추가적인 투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토랜드 광명은 52년 전 지정된 그린벨트 규제에 묶여 추가 투자 때마다 수백억원의 부담금은 물론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도요타, 폭스바겐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려면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도 필수”라고 말했다.

광명=배성수/김대훈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