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러 영향' 공직자 사실상 철퇴 추진…야당 대표 겨냥?

대통령, 여당 발의법 승인…러 가스 의존 등 국가안보 영향 조사
폴란드가 러시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국가 정책 결정을 한 공직자를 사실상 철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2007년∼지난해 러시아가 폴란드에 끼친 영향력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 설립 법안을 서명할 방침이라고 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 법안은 집권 법과정의당(PiS)이 발의한 것으로, 조사위원회는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행동한 사실이 확인된 공직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공적 자금 및 보안 인가 관련 업무 종사를 금지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실질적으로 공직을 박탈할 수 있는 셈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여당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이르면 오는 10월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폴란드 총리를 지낸 야당 시민강령당(PO)의 대표 도날트 투스크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여당은 투스크 대표가 2007∼2014 총리 재직 시절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과잉 의존 등 악영향을 초래했다며 배후에 러시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야당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투스크 대표를 흠집 내려 한다고 반발해왔다. 신설될 조사위원회 패널도 여당이 임명하는 데다 공직 박탈 등 사법부 권한에 버금가는 강력한 권한이 부여돼 헌법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강령당 소속 마르친 키에르빈스키 의원은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그런 '스탈린식 법'을 서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다 대통령은 이같은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법안 서명과 별개로 헌법재판소에 합헌 여부 판단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여지를 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