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필요한 발명은 하이퍼루프, 질소고정 작물, 핵융합” [책마을]

인벤션
바츨라프 스밀 지음
조남욱 옮김
처음북스
324쪽 1만9000원

현재 인류가 누리는 행복의 많은 부분은 과학과 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의한 것이 많다. 내연 기관, 전기 발전, 철강과 플라스틱 생산, 무선통신 등은 삶의 방식을 이전과 다르게 획기적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발명과 혁신이 우리의 삶을 발전시킨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의 발명은 인류에게 이동의 자유를 줬지만, 배기가스 문제와 사망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때 살충제의 혁명으로 불렸던 DDT는 환경과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퇴출당했다.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인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 명예교수는 <인벤션>을 통해 발명과 혁신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세상에 도움이 된 발명뿐만 아니라 재앙이 되거나 실패한 발명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인류에게 꼭 필요한 발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20세기 초에 발명된 유연휘발유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내연 기관 연료로 주목받았다. 납을 휘발유에 섞은 유연휘발유는 납의 독성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수백만 수천만 명의 어린이들을 납중독에 노출하고 나서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금지됐다. 냉매의 핵심 물질이었던 프레온가스는 인류에게 냉장고와 에어컨의 획기적인 보급을 이루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발명된 지 수십 년이 지난 후 오존층 파괴 주범이란 사실이 밝혀진 후 퇴출됐다.

저자는 인류에게 꼭 필요한 발명으로 하이퍼루프, 질소고정 작물, 핵융합을 꼽는다. 하이퍼루프는 진공 튜브를 활용한 고속 이동 장치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관심을 보인다. 질소고정 작물인 콩은 대량의 질소비료가 필요하지 않다. 밀, 쌀, 옥수수 등 화학비료가 있어야 하는 작물이다. 이들을 콩처럼 재배하는 기술이 등장하면 큰 혁신이 될 것이다. 핵융합을 상용화하는 것은 무한한 청정에너지를 얻는 효과가 된다.

저자는 발명과 혁신에 대한 무조건적 예찬도 비판도 하지 않는다. 미래 기술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하면서 특정 발명에 대한 비합리적인 집착이나 편견을 갖지 말기를 당부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