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걸릴 일을 몇달 만에"…한국 저력에 전세계가 놀랐다

로이터, '한국 방산업 질주' 집중 조명
폴란드 20조원 계약에 "유럽 정복 도움될 것"
獨 전차 5년째 무소식…K2는 수개월만에 인도
미국·NATO와의 무기 호환성도 셀링 포인트
미·중 선택 곤란한 나라에 한국제 무기 인기
지난 3월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K2 전차가 하역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기존 납기일인 올해 6월보다 약 3개월 앞서 K2 전차 5대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현대로템 제공
"몇 년이 걸릴 일을 몇 주, 몇 달 만에 정리했다(유럽 한 방산업체 임원)"

최근 세계 무기시장의 핵심 판매자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 방산업계의 저력이 주목받고 있다. 계약 수개월 만에 납품이 가능한 무기 생산·전달 체계, 현지 공동 연구·생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무기와의 높은 호환성 등이 인기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계약 수개월만에 도착한 K2 전차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무기거래국이 되기 위한 한국의 질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방산업계의 성공 비결을 집중 조명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한국과 폴란드가 체결한 FA-50 전투기,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로켓발사기 등 20조원 구매 계약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한국이 유럽 무기 시장을 정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방산의 인기 요인으로는 '신속 배송'이 꼽혔다.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늘 생산 라인을 활성화하고 있고, 생산에서 배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과 방산업체의 관계가 긴밀해 국내 주문량을 수출 물량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도 빠른 수출이 가능한 배경 중 하나다. 오계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 해외사업팀장은 "체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은 유럽에서만 방산 제품을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한국 기업에서 저렴하게 구매하고 신속하게 납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했다.

유럽 내 주요 무기 생산국인 독일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장점은 더 두드러진다.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수석분석가 오스카 피에트루비에 따르면 헝가리는 2018년 독일에 신형 레오파드 전차 44대를 주문했지만 아직 한 대도 인도받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폴란드와 계약을 체결한 지 수개월만인 지난해 12월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대를 폴란드에 선적했다.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이 계약이 성사된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에 "한국제 사자"

한국 정부와 방산업체들이 무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국에 공동 연구·생산을 제안한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국과 폴란드는 폴란드에 수출되는 K2 전차 820대 중 500대와 K9 자주포 672대 중 300대를 2026년부터 현지에서 면허생산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유럽 고객들에게 더 쉽게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폴란드에서 한국 무기를 생산할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도, 이집트, 터키 등과 기술공유 계약을 운영하고 있다.

에이전시파트너스의 방위·항공우주 분석가인 사시 투사는 "유럽 국가들은 폴란드가 체결한 것과 같은 공동생산 협정, 즉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협정을 한국과 체결하기를 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앞에 있는 K-9 자주포.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무기가 NATO와 미국의 무기 시스템과 잘 호환되는 점도 중요한 셀링 포인트 중 하나다. K9 자주포는 NATO 표준 155㎜ 탄약을 사용하고 있다. 또 한국산 FA-50 경공격기를 다룰 줄 알면 몇 시간 훈련만으로도 미국의 F-16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F-16 제조사인 록히드마틴과 협업해 만든 기종이 FA-50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한국 무기 판매량의 증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국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한국 무기를 구매해 갈등 소지를 없앤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부 한 관계자는 "아시아 국가들은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방산 거래의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미국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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