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삶 자체를 표현하는 MZ세대와의 '예술적 동거'

[arte]노현지의 디자인테라뱅
요즘 MZ는 참을성이 부족하고 종잡을 수가 없다. 자기 중심적이라 같이 일하기가 힘들다. 생각없이 베짱이처럼 사진으로 먹고 노는 것을 찍어 SNS에 수시로 업로드한다. 이런 말들은 진짜일까? 모두에게 취향이 중요한 시대라 하는데, 나도 젊은이들처럼 멋지고 트랜디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한 시대의 환경은 당대를 풍미하는 디자인 사조에 의해 결정되었다. 각 시대별 양식은 동시대의 중요한 이념과 사회 문화적 가치들을 시각화하여, 이를 감각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공통적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미적 방향은 사람들의 삶을 둘러 싸고 있는 환경을 결정했다. 건축물, 가구, 생활 제품, 간판, 출판물,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시각 양식이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산업혁명기에 시작된 조악한 기계 생산품의 형태에 반대하여 디자인의 미적 특정을 강조한 예술공예운동에서 출발했다. 이후 자연과 기술을 조우하고자 자연의 느낌을 화려하게 형상화한 아르데코, 아르누보로 이어졌다. 이후 모던한 추상적 구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데스틸, 구성주의, 바우하우스, 모두에게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환경을 제시하고 했던 국제주의 양식, 모더니즘 등의 여러 사조가 등장하며, 다양한 시각적 특성을 실험하며 발전해 왔다.<아르누보 (Art)>
알폰스 무하 (1896), 파리 지하철 역(헥터 기 마르,1900), 아르누보 양식의 실내, 아르누보 가구

디자인 표현에 집중해서 본다면 한 사조는 앞선 사조의 장점과 단점에 영향을 받으며 디자인의 표현을 정반합적으로 발전시켜온 사실이 관찰된다. 한 사조가 식물의 덩굴무늬를 통해 화려함을 보여주면, 다음 사조는 직선의 구성과 원색을 활용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


<데 스틸 (de Stijl)>
데스틸 잡지의 한 장면, Kutná Hora갤러리 설치 장면, 헤리트 리트펠트
그러한 발전을 거치다 이른바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새로운 미학, 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기계주의적 표현이 나타난 것은 모더니즘 시대였다. 그리고 기능적인 디자인, 산업사회의 정신과 효율을 표현하는 규격화된 양식이 국제적으로 전파된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이다.’ 라고 하던 르꼬르뷔지에의 격언은 지구적인 시각환경을 구성하게 된다. 네모지고 간결한 건물외관, 단단해 보이는 물건의 형태들이 일상에 자리하게 된다.

<모더니즘 Modernism>
아에게 로고, 피너베렌스(1906) 바실리 의자, 마르셀 브로이어 (1925) 바로셀로나 파빌리온,미스 반데어로에 (1926)

하지만 포스트모던은 이러한 모던의 정신에 대한 반발로 등장했다. 산업사회의 구조와 효율성을 추구하던 디자인, 고정성과 획일성을 뛰어넘고자 한 포스트모던은 비효율적이고 감정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이 등장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가에 예술 옥션에서 처음 거래되시 시작한 예술 디자인 가구들은 이 비효율성을 지향한 포스트모던 가구들이었다.
책장, 에토레 소트사스 (1981), 구겐하임 빌바오, 프랭크 게리, (1997), 프르수트 의자, 알렉산더 멘디니, (1978)

화려한 등장에도 포스트모던이라 불리던 새로운 디자인이 모더니즘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보였다. 기존 사조들은 지난 시대의 양식을 덧 씌우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지만, 포스트모던은 그 패턴조차 부정하며 빠르게 변주에 변주를 거듭했다. 포스트모던의 흐름이 가속화될수록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유행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포스트모던을 살고 있다.

과거의 트랜드는 한 시대가 충분한 유행을 만들 충분한 시간을 주었지만, 그리고 기술과 트랜드가 진보되어 더욱 그 어떤 것도 새로운 양식으로 자리할 수 없게 계속 여기 저기에 다양한 디자인이 쏟아졌다. 양식 그 자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기존의 모든 것을 해체하여 마치 봉인을 풀듯이 역사 안의 모든 시각적 흔적들이 쏟아져 나오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래서 우리 시대의 양식을 어떤 공통적 표현으로 시각적 묶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때부터 시각 양식은 깊은 미궁에 빠져들게 되었다. 아서 단토 (Arthur. C. Danto, 1997)는 시각 예술이 특정한 방향을 지향하지 않다는 점은 사실상 곧 ‘예술의 종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브 미쇼 (Yves Michaud, 2003)는 이렇게 개념만 남겨진 성질을 ‘기체 상태’로 묘사하기도 했다.

MZ세대, gen Z 등으로 불리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만드는 시각 환경의 양상은 이 포스트모던 가속화된 단상, 파편화된 양식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너무 짧고 빠르게 소비되기 때문에 이렇게만 듣고 나면 새로운 디자인의 무게는 너무 가벼워진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는 어쩌면 가장 정신적인 탐색에 들어간 시점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공통적 특질보다 개인성이 중요한 시대적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트럭 덮개천을 활용한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 친환경성을 고집하는 파타고니아, 명품의 틀을 깬 컨템포러리 럭셔리

특정 양식을 공통의 유행을 떠나, 다양성이 선택이 열린 새로운 시대에는 디자인의 선택을 자신의 취향을 훨씬 더 밀착하여 반영할 수 있다. 심지어 요즘에는 나의 가치, 나의 존재, 그렇게 개인에 내면에 담긴 의미들이 디자인의 선택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기화된 디자인들은 표현 뿐 아니라 디자인의 철학과 구현 방법, 재료와 순환의 모든 문제까지 선택한 사람의 삶의 환경을 구성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떠한 양식보다 더 고차원적인 취향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이들의 제품, 브랜드를 선택하는 태도를 가치 소비,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디자인을 잘 선택하고 싶다면 이제 옆의 지인이 선택한 그 무엇보다, 내 취향을 잘 반영 자유롭게 선택하길 바란다. 그것이 포스트모던한 선택이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경험으로 부딪혀 나다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

더 큰 숙제를 남기자면, 제품 그 자체의 표현과 기능에서 나아가 그것을 만든 사람의 가치와 제작 과정 그리고 지향점이 당신의 어떤 가치를 드러내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나 다운 의미를 선택하는 것. 당신도 느꼈겠기만 그것이 쉽지가 않기에 취향을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 올리는 MZ들이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는 것이리다. 디자인은 껍데기가 아니다. 취향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