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비트 향까지 나왔다…무궁무진 '니치 향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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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 공동창립자 빅투아 드 타야크 방한"니치 향수 시장이 커지는 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향수를 선택하는 기준도 섬세해지고 있습니다."
워터베이스 향수로…꽃·식물 대신 '채소·과일' 조합
"한국 소비자, 향수 선택하는 기준 섬세해져"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이하 불리) 공동 창립자 빅투아 드 타야크(사진)는 국내 니치 향수 시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빅투아 창립자는 이날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방한했다. 프랑스에서 온 '불리'는 람단 투아미와 빅투아 드 타야크 부부가 2014년 만든 뷰티 브랜드로 LF가 2016년 처음 국내 도입했다. 독자적 기술로 세계 최초 워터베이스 향수를 탄생시켰고 국내 소비자들에겐 각인 서비스 립밤, 바디오일 등으로 인지도가 높다.
19세기 프랑스 텃밭에서 착안…"꽃 아닌 토마토·비트 향"
신제품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은 2년간의 연구 끝에 19세기 프랑스 텃밭을 향으로 담아냈다. 소수를 위한 향이라는 뜻인 니치향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꽃이 아닌 채소, 과일, 허브 등에서 향을 추출했다. 빅투아 창립자는 원료의 향을 찾아 중동을 찾기도 했다고. 그는 "중동에서 토마토 열매를 비롯해 토마토 잎, 줄기 등의 향을 직접 맡고 반해서 이를 향으로 만들게 됐다"며 "식물과 허브 등 다양한 원료를 조합해 이번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주요 라인업은 바질, 오이, 파슬리, 토마토, 비트, 당근, 고구마, 고수 등의 채소와 식물에서 추출한 총 6종의 '오 트리쁠' 향수다. '베르벤느'는 버베나와 바질, 민트가 어우러져 싱그러운 정원이 연상되며 '콩콩브르'는 오이와 민트의 향을 조합해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향이다.
텃밭에서 볼 법한 원료들을 사용한 게 포인트다. '크레송'은 파슬리와 고수 등의 향이 어우러져 손가락으로 식물의 잎사귀를 문지를 때 느껴지는 향이 나며 '그로세이'는 새콤한 토마토향에 달콤한 베리향이 더해졌다. '베트라브'는 비트와 루바브의 조합으로 색다른 풍미가, '빠따뜨 두쓰'는 당근의 스파이시한 주스향과 고구마의 달콤한 향이 어우러졌다.
국내 니치 향수 시장 '쑥'…워터 베이스로 승부수
불리는 8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워터베이스 향수로 국내 니치향수 시장에 안착했다. 워터베이스 향수는 기존 알코올 베이스 향수와 달리 고유의 향이 변질되지 않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피부에 직접 분사 가능하며 피부와 닿으면 향의 특색이 더 짙어지는 게 특징이다.최근에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워터베이스 향수에 주목하는 추세다. 빅투아 창립자는 "얼마 전 디올이 워터베이스 향수로 큰 성공을 거뒀다"며 "그만큼 우리의 방향이 맞다는 생각으로 니치 향수의 길을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실제로 불리를 비롯한 니치 향수 브랜드는 국내 향수 시장 과반을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2019년 6000억원에서 2021년 7067억원 규모로 늘었다. 이 중 니치 향수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불리는 한국 니치 향수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니치 향수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그만큼 소비자들이 섬세한 향수 취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니치 향수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불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 2016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정점을 찍던 2021년까지는 매년 평균 100%씩 성장했었다.
불리는 이번 한국 출시를 통해 독창적인 향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현재 워터베이스 향수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으며 오는 7월에는 바디 라인 컬렉션 출시도 예정돼 있다.빅투아 창립자는 "자연이 갖고 있는 가치를 완벽하게 재현해냄으로써 한국의 수많은 니치 향수 마니아들에게 불리의 브랜드를 완벽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