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업조장법 대체할 '착한 원청 사마리안법'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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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현재 국회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법의 취지는 크게 세 가지다.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 제한, 다단계 하청업체 노동조합과 원청의 의무 교섭, 정치사회 이슈까지 파업 대상 확대 등이다. 노란봉투법 비판의 핵심은 불법파업이 만연해져 노사 법치가 무너질 것이라는 점, 현행 노동법과 충돌해 법적 분쟁이 확산하고 노사관계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점, 하도급 시장 위축으로 인해 일자리가 파괴될 것이라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외에 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 만일 더 나은 품질의 대체 법안을 여당에서 제시하고 국민이 이에 공감한다면, 노란봉투법 같은 포퓰리즘 법안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노란봉투법의 대안으로 ‘착한 원청 사마리안법’을 제언한다. 이 법의 취지는 원·하청 상생 경영을 막는 기존 법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상생 노력에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강도 피해자를 못 본 채 지나가지 않고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손해가 될지라도 피해자를 구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성서 속 이야기다. 여기에는 네 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강도, 피해자, 사마리아인, 도움을 거부한 유대인이다. 올바른 국가는 강도를 잡아서 형사처벌하고 사마리아인의 정의로운 구제 행위를 포상해야 할 것이다. 만일 국가가 강도를 잡아 처벌하지 않고 도리어 착한 사마리아인의 구제 행위를 처벌한다면 어떻게 될까? 착한 사마리아인은 유대인처럼 그냥 지나쳐버릴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강도 피해 책임을 사마리아인에게 지우면 어떻게 될까? 착한 사람은 그 길 위로 아무도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괴한 현상이 우리 노동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 정부가 만든 경직적 파견법은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리게 해 원청업체(착한 사마리안)가 하청업체(피해자)를 돕는 것을 꺼리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노란봉투법은 하청의 피해를 착한 사마리안을 포함한 모든 원청에 교섭 의무를 통해 떠넘기게 한다. 이 경우 원청의 착함(상생경영, 사회적 책임 등)은 사라지고 하청 시장이 황폐화해 국민 일자리는 철저히 파괴돼 갈 것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경직적 파견법과 같이 노동법 여기저기에 산재하는, 원·하청 간 상생 노력을 제약하는 조항들에 상생 예외(mutualistic exemption) 규정을 두고 이를 특별법으로 제정하면 어떨까. ‘착한 원청 사마리안법’을 제정한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개혁해갈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민생노동을 파괴할 때, 노란봉투법에 대응되는 대체입법을 제안하는 ‘실력 있는 정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