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1.8명'…프랑스의 출산율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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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경제부 기자한국에서 연봉(총급여) 1억5000만원을 받는 가장이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을 부양하며 사는 경우 내야 하는 소득세는 연간 약 2968만원이다. 다른 공제 없이 가족 수에 따른 공제만 적용해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 프랑스식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해준다면 소득세는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가족 수에 따라 세금을 크게 낮춰주는 ‘저출산 대응 소득세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소득세를 계산할 때 해당 소득을 번 개인에게 세금을 물린다. 1억50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자신과 배우자, 자녀 2명에 대해 각각 150만원) 등 소득공제를 받은 뒤 1억2825만원에 대해 2998만원의 세액이 산출된다. 과세표준이 1억2825만원이면 적용 최고세율은 ‘8800만~1억5000만원’ 구간의 세율인 35%다. 여기에서 자녀 세액공제를 제한 값이 2968만원이다.
자녀 많으면 세금 더 감면
하지만 프랑스는 가구원 수에 따라 세금을 나눠 매긴다. 외벌이 가구더라도 배우자와 자녀들이 함께 번 것으로 인식한다. 이때 쓰이는 것이 가족계수다. 본인과 배우자를 각 1명으로 계산하며, 자녀는 두 명까지 각 0.5명, 세 명부터는 각 1명으로 계산한다. 배우자, 자녀 두 명과 함께 사는 경우 가족계수는 3이다.연봉 1억5000만원 외벌이 4인 가구는 소득을 세 명이 나눠 번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 뒤 더한다. 소득이 개개인에게 배분되면 적용되는 과세표준이 줄어 세율이 하락하는 효과가 난다.연봉 1억5000만원을 버는 1인 가구 과세표준인 1억3275만원을 기준으로 프랑스식 소득세제를 단순 적용하면 자녀가 두 명인 4인 가구는 과세표준이 4425만원인 세 명이 있는 가구로 인식된다. 각각 556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으로 계산되며, 총액은 약 1667만원이다.
기존의 한국식 세금 체계에서 2968만원을 내야 했던 것에 비하면 56.2%, 독신자의 세금 3156만원에 비해선 52.8% 수준이다. 과세표준이 쪼개지면서 적용 최고 세율이 35%에서 15%로 20%포인트 낮아진 영향이다. 이는 프랑스의 감면액 상한 등은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다.
4인가구 소득세, 절반으로
이 같은 소득세 감면 규정은 결혼한 가정이 아니어도 적용된다. 동거 등록을 한 커플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혼하면 각자 자녀를 양육하는 독신자로 취급한다. 두 자녀를 양육하다가 이혼한 경우라면 가족계수가 기존 3에서 각각 2로 변하는 것이다.프랑스는 소득세 외에도 각종 저출산 대응 세제를 운용하고 있다. 주민세를 낼 때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공제가 적용되고, 다자녀 가구에 연금소득공제를 추가 적용해준다.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프랑스는 ‘저출산 문제를 겪지 않은 국가’로 평가된다. 유럽 국가들이 위기 후 반등한 것과 달리 아예 위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프랑스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산되는 자녀 수)은 1.80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59명(2020년 기준)을 웃돌고, 한국의 0.78명에 비해서는 배 이상 높다.
전문가들이 프랑스의 저출산 대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1939년부터 약 85년간 강도 높은 대책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점이다. 가족계수를 적용한 소득세제도 2차 세계대전 무렵부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방한한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 사례를 소개하며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어도 저출산 대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